지난 주 미술계는 꽤나 술렁거렸다.

이우환씨의 1978년작 '점으로부터'가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194만4000달러(한화 18억원)에 판매된 까닭이다.

추정가(40만∼60만달러)의 세 배 이상인 데다 생존작가 작품의 경매 최고가를 경신했다는 점에서 많은 이들이 국내 미술시장의 활황 가속화를 점쳤다.

아니나 다를까.

22일 서울 평창동에서 이뤄진 서울옥션 경매에서 박수근 작'빨래터(37×72cm)'가 45억2000만원(수수료 별도)에 낙찰돼 사람들을 다시 한번 놀라게 만들었다.

같은 날 경매에 붙여진 김환기작 '꽃과 항아리'(98×147cm)의 낙찰가는 30억5000만원.이날 하루 낙찰총액만 200억원을 넘었다.

5월 들어 열린 K옥션 경매 낙찰액과 한국국제아트페어(KIAF) 판매액을 합치면 불과 2주 동안 미술품 거래액만 495억여원에 이른다는 마당이다.

이쯤 되면 그림의 문외한이라도 한번쯤 미술시장에 주목할 법하다.

실제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했다는 미술품 투자 바람은 최근 일부의 과열 우려에도 불구하고 잦아들기는커녕 더욱 거세지고 있다.

아트펀드와 그림계가 생기는가 하면 인기작을 입도선매하려는 곳이 나온다는 정도다.

올랐다곤 해도 일부는 해외 미술품 값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는 주장도 많다.

유동자금은 넘치고 투자처는 없는 상황에서 재산세와 양도세 낼 일 없는 미술품만한 투자대상도 흔하지 않다는 말 또한 설득력을 지닌다.

미술시장 호황엔 긍정적 측면이 많다.

젊은 작가에게 창작의욕을 불어넣고,일반인의 미술에 대한 안목을 높이고,작품값 상승에 따른 국부(國富) 증진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미술품은 부동산과 다르다.

사기는 쉬워도 팔기는 간단하지 않다.

최근 추세에서 보듯 아무리 활황이어도 거래되는 것만 거래되는 경향도 높다.

미술품 역시 히트작 하나가 시장 대부분을 휩쓰는 킬러콘텐츠이기 때문이다.

같은 화가의 작품도 수준에 따라 가격차가 크다.

되팔 때는 특히 그렇다.

미술시장을 기웃거리려면 열심히 공부하고 발품도 팔면서 미래 가치주를 발굴하는 게 정도(正道)다.

부화뇌동은 금물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