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수목드라마 ‘쩐의 전쟁’(극본 이향희/ 연출 장태유)이 대놓고 돈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박인권의 만화를 원작으로 하는 '쩐의 전쟁'은 아버지의 사채 빚으로 집안이 풍비박산 난 금나라(박신양 분)가 돈에 복수하려다 돈의 노예가 되는 이야기.

음성적으로 성행하는 사채가 전면으로 다루어지는 첫 드라마인 것이다.
그러니 당연히 드라마에는 사채업자들이 등장한다.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특정 직업(사채업자)을 미화시킬 생각은 없다. 다양한 모습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연출을 맡은 장태유 PD는 말한 바 있다.

드라마에는 서로 다른 모습을 한 세 명의 사채업자가 등장하는데 이들을 한번 살펴보자.

* 피도 눈물도 없는 사회 암적인 존재 남대문 마사장

사람들이 사채업자에 대해 갖고 있는 일반적인 이미지의 악덕 사채업자 남대문 마사장, 마동포(이원종 분).

마동포는 금나라 가족을 파산하게 만드는 장본인.

아버지가 빌린 1억원의 사채 빚은 이자만해도 4억원으로 불었다.

동포 일행은 금나라의 집과 직장을 빼앗아 가고 동생의 결혼식 축의금과 어머니 수술비까지 몽땅 챙겨가 결국 금나라 부모님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즉 마동포는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의 처지를 악용해 이득을 챙기는 사채업자.

터무니 없는 이자를 요구하고 목적 달성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수단과 방법도 마다하지 않는다.

서민들의 경제를 피폐하게 만드는 사회 암적인 존재다.

* 서민경제의 활력소 독고철

독고철(신구 분)이라는 캐릭터의 모델은 방글라데시의 극빈층을 위해 마이크로 크레디트(무담보 소액대출)을 창시한 노벨 평화상 수상자 무하마드 유누스 총재라고 장태유 PD는 밝힌 바 있다.

한때 사채업계의 전설적인 존재였던 독고철은 현재 재래 시장에서 일수나 돌리는 노인으로 전락했지만 서민들의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

정말 돈이 필요하지만 여건상 은행을 찾지 못하는 서민들에게 적절한 조건으로 돈을 빌려 주는 것이다.
1회에서는 얼굴만 잠깐 비추는 정도지만 후에 금나라를 제자로 삼아 자신의 비법을 모두 전수하는 중요 인물이다.

* 노는 물부터 다른 큰손 봉여사

마동포와 독고철의 주요 고객이 서민이라면 봉여사(여운계 분)의 주 고객은 대기업 재벌 총수들.

첫회에서는 금나라의 연인이었던 이차연(김정화 분)의 사채업자 할머니로만 자신의 존재를 알렸지만 80년대 돈놀이를 통해 한국 경제 성장에 중추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다.

돈의 흐름을 알고 돈을 다스릴 줄 아는 인물로 사채업에 대한 나름의 철학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쩐의 전쟁'을 통해 장태유 PD의 기획에 따라 비춰질 세 인물이 모습을 지켜보느 것도 이 드라마를 즐기는 또다른 맛이 아닐까 기대된다.

[ 한경닷컴 뉴스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