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월,중동 각국의 신문들은 아랍 사회와 이스라엘의 평화안 논의를 가장 큰 뉴스로 다뤘다.

하지만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는 달랐다.

1면을 장식한 것은 아랍에미리트 총리이자 두바이 통치자인 셰이크 모하메드의 역사적인 인도 방문이었다.

방문 기간동안 두바이는 인도 마하라스트라 지역 도시개발을 포함 200억 달러의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 등 수많은 계약을 따냈다.

인도는 10만여개의 일자리를 기대하게 됐다.

## 두바이는 지구 반대편 한국의 단골 방문지다.

작년에만 노무현 대통령과 한명숙 전 총리가 한번씩 통치자 두바이 셰이크 모하메드를 만났다.

특히 한 총리는 노 대통령이 두바이를 공식 방문한지 불과 4달만에 다시 들러 두바이에 대한 한국의 관심이 각별함을 보여줬다.

한 총리는 두바이에서 총영사관 개설 문제를 논의했는데 인구 470만명의 ‘소국’에 대사관에 이어 영사관을 여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중동의 허브’로서 두바이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단적인 사례다.

◆글로벌 500대 기업중 150여개사 두바이 진출

두바이의 힘은 ‘오일머니의 집중’에서 나온다.

원유소비 증가와 이에 따른 고유가로 축적되는 오일머니를 빨아들여 금융자본화하겠다는 것이 두바이의 구상이다.

미국 주간지 포천이 선장한 500대 기업 중 상위 10개를 포함해 총 150여개 기업이 두바이에 진출해 있다.

두바이 제벨 알리 자유구역엔 5000여개 기업이 둥지를 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전체적으로는 총 23개 자유구역이 수많은 다국적 기업들을 끌어들인다.

그 핵심에 있는 것이 두바이 국제금융센터(DIFC).각종 인센티브와 파격적인 운영으로 ‘두바이의 세계 금융시장 허브’ 구축에 선봉역할을 하고 있다.

DIFC는 100% 외국인 소유권을 허용하는데다 소득과 수익에 대해 세금은 완전 면제다.

자본과 수익을 자유롭게 본국에 송금할 수 있고 아랍에미리트연합 법인단체들의 광범위한 세금 협정 네트워크를 이용할 수 있다.

2005년 9월 설립된 두바이 국제금융거래소(DIFX)에서는 주식,채권,이슬람금융상품 등 다양한 상품들이 거래된다.

DIFC는 걸프국들 간 통화 통합이 이뤄질 경우 금융 부문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두바이의 야심찬 계획의 하나다.

걸프지역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금융허브로 자리잡아 석유 이후의 시대까지 대비하겠다는 장기적인 복안도 반영됐다.

두바이의 성장은 세계가 눈여겨보고 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세계 각국의 금융허브화 노력을 소개하며 두바이는 그중에서도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막강한 오일머니,풍부한 사회인프라, 셰이크 모하메드 국왕의 강력한 지도력이 어우러지면서 두바이는 싱가포르와 홍콩을 잇는 경제 중심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에 따라 두바이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 규모는 2003년 24억달러에서 2005년 120억달러로 급증했다.

이웃인 카타르나 바레인의 10배를 넘는 규모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2000년 전 실크로드가 페르시아(이란)를 근원지로 했다면 21세기 실크로드는 두바이가 중심이라고 전했다.

◆아시아투자 확대로 포스트석유시대 대비

금융허브를 위한 두바이의 발빠른 움직임은 ‘포스트석유’ 시대를 대비한 포석이다.

오일로 벌어들인 돈을 금융자본화하고 높은 수익성을 보이는 아시아에 투자해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1985년 50%에 달하던 두바이의 GDP 대비 석유산업 비중은 2004년 6%대로 이미 뚝 떨어졌다.

사업 다각화를 계속 추진,2010년까지는 석유의존성을 1%로 낮추겠다는 게 장기적인 목표다.

이러한 구상은 다른 중동국가에도 자극제가 되고 있다.

바레인은 예전의 금융중심지 위상을 지키기 위해 바레인금융항구(BFC)를 만들 계획이고 카타르도 다국적 기업과 해외 금융기관을 유치하기 위해 QFC를 설립했다.

이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아시아와 중동의 파트너십은 예전보다 더욱 강력해질 것이다.

◆강화되는 아시아-중동 경제 파트너십

두바이의 아시아지역 투자확대는 최근 급속하게 강화되고 있는 중동지역과 여타 아시아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교역확대의 핵심 배경은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 이머징마켓이 중동 석유의 수요자로 급부상한 것이다.

최근 IMF·세계은행은 ‘걸프협력회의(GCC)-아시아 전략관계 보고서’를 통해 걸프국이 중국 에너지 소비량에 맞추려면 앞으로 20년간 하루 50만배럴급 정유소를 매년 하나씩 증설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 매킨지는 중동과 아시아의 무역 및 투자 규모가 지난 10년간 4배로 늘었다며 이러한 증가세는 2020년까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IMF 보고서는 인적 자원,의료,정보 산업 등에서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고 있다며 이같은 협력이 모두에 이익이라고 해석했다.

고유가로 오일머니가 넘쳐나면서 중동을 ‘기회의 땅’로 생각하는 아시아 국가들과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최근 한국이 해외 수주를 가장 많이 따낸 곳은 아랍에미리트다.

우리나라 건설업체는 지난달말 기준 총 34억 달러에 해당하는 프로젝트를 두바이에서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기준 UAE 진출 기관 및 기업은 전년보다 76% 증가한 104개에 달했다.

중국과 일본 등도 향후 5년간 230억 달러 규모로 추정되는 중동의 사회기반시설 프로젝트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중동 오일머니 아시아로 돌아온다

교역이 늘어나면서 오일머니의 아시아 쏠림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전통적으로 미국과 영국,스위스 등 서구에서 안식처를 찾던 중동의 투자자들이 가까운 아시아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최근 크리스 미어스 HSBC 프라이빗 뱅킹부문 대표는 “미국과 유럽을 선호하던 중동의 투자 성향이 변화하고 있다”며 “2001년 중동 자체 투자를 늘렸고 최근에는 아시아의 이머징 마켓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중국산업은행의 가장 큰 외국투자자인 쿠웨이트투자청은 지난 2년간 아시아 투자를 2배로 늘렸다.

아랍에미리트의 개발회사 데야르는 중국 시장 신규 진출을 준비하고 있고 인도 카자흐스탄 등에서 조인트 벤처 형식의 사업도 늘릴 예정이다.

지난해 15억 달러에 달하는 기업 인수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두바이의 킹덤 호텔인베스트먼트와 부동산 투자회사 이스티스마르도 유럽과 미국에 치중했던 사업 비중을 올해 아시아에 두기로 한 상태다.

두바이포트월드가 최근 부산 신항에 투자,부산 컨테이너 부두를 운영하는 등 한국에 대한 중동 오일머니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두바이의 통치자 셰이크 모하메드가 21일부터 이틀간 한국을 방문함으로써 양국 간의 관계는 더 가까워질 전망이다.

셰이크 모하메드는 한국의 에너지와 건설,정보산업과 문화산업 등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