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무시한 예는 많다.

프랑스 대혁명을 통해 권력을 잡은 로베스 피에르는 뜨거운 가슴의 소유자였다.

본격적인 공포정치가 시작되면서 엄청난 권력을 소유하게 된 후 그가 내린 결정 중 하나가 생필품 가격 인하 정책이었다.

그 가운데서도 "프랑스의 어린이들은 우유를 지금보다 싼 가격에 먹을 권리가 있다"며 우유 가격을 인하한 부분은 유명하다.

가격이 떨어지자 모두들 환호하였다.

물건을 싼 가격에 소비하는 것을 싫어할 사람은 없다.

우유를 생산하는 생산자의 숫자와 소비자의 숫자는 비교가 안 된다.

당연히 수요자가 다수이고 생산자는 소수다.

따라서 '뜨거운 가슴'의 소유자들은 다수의 행복을 추구한다는 미명 하에 소수를 무시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이처럼 가격 하락이 단행된 후 시장에서는 과거에 없던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하였다.

우유가 부족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분명히 가격은 떨어졌지만 우유를 사려는 줄은 매일 점점 더 길어지고 물건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의 숫자는 줄어들었다.

어제는 1번에서 5번까지 우유를 받았는데 오늘은 1번에서 3번까지만 성공했다.

왜 이런가 봤더니 바로 젖소들이 도살당하고 있는 것이었다.

가격의 대폭 인하로 우유 생산의 채산성이 떨어져버리자 낙농업자들은 하나 둘 우유 생산을 포기하기 시작하였다.

멀쩡한 젖소를 도살장으로 끌고 가 도축을 하여 고기와 가죽을 팔아넘기는 것이었다.

젖소는 우유를 만드는 공장이다.

결국 가격이 떨어진 기쁨도 잠시,우유공장이 하나둘 폐쇄되면서 물건이 사라져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정말로 우유가 필요한 사람은 할 수 없이 우유가게 주인에게 뒷돈을 지불해야만 하게 되었다.

물론 뒷돈은 가격 인하 조치 이전보다 더 높은 가격이었다.

뒤늦게 문제점을 깨달은 정부는 이번에는 젖소의 중요한 사료인 건초의 가격 인하를 시도하였다.

그러자 건초업자가 반발하면서 건초 생산을 거부하게 되어 이제 사료까지 부족하게 되었다.

국민을 위해 뜨거운 가슴으로 가격 인하를 시도했건만 우유는 부족해지고,젖소들은 도살됐으며,건초 공급은 부족해져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