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관광으로 돈을 많이 버는 나라다.

관광으로 남기는 돈이 한 해 300억유로를 넘는다.

미국 다음이다.

관광객 수는 미국보다 훨씬 많아 연간 6000만명에 육박한다.

스페인에는 그만큼 매력적인 관광자원이 수두룩하다.

투우,플라멩코 그리고 강렬한 태양을 자랑한다.

세계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마드리드의 프라도미술관,중세도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톨레도,세계적인 건축가 가우디의 도시이자 해변이 아름다운 바르셀로나 등 나라 전체가 관광 매력으로 넘친다.




스페인에는 지난해 9월 또하나의 매혹적인 명소가 탄생했다. 스페인 최대의 '와인 루트'인 리오하 알라베사의 중심부인 '엘시에고 마을'에 5성급 와인 호텔 겸 와이너리인 '호텔 마르케스 데 리스칼'이 들어선 것. 12개의 스위트룸을 포함,43개의 객실을 갖춘 이 작은 호텔을 짓는데 무려 1억달러가 들었다고 한다. 호세 무게리오 마케팅 담당 이사는 "단위면적당 건축비용으로는 세계 최고"라며 자랑한다.

호텔은 노벨상 수상 경력의 미국 건축가 프랑 게리가 디자인해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다. 플라멩코 댄서의 치맛자락을 연상시키는 지붕 디자인에서부터 객실의 사소한 소품에까지 그의 손길이 닿아있다. 지붕은 티타늄 소재로 만들었는데 어떻게 그런 곡선이 나왔는지 탄성이 절로 나온다. 호텔에서는 이를 기념해 '게리'라는 최상등급 와인을 선보이기도 했다.

프랑 게리가 호텔 디자인에 손을 대기는 이 호텔이 처음으로,리스칼 측은 게리를 설득하는데 무척 애를 먹었다고 한다. 무게리오 이사는 "프랑 게리가 와인 애호가라는 점에 착안해 그가 태어난 연도인 1929년산 '마르케스 데 리스칼 그랑 리제르바'를 '뇌물'로 바쳤다"며 웃는다.

개장한 지 만 1년이 채 안된 리스칼의 이 와인호텔은 벌써 세계 각국의 부호와 유명 인사들의 휴양지로 각광 받고 있다. 스페인 국왕뿐만 아니라 프랑 게리와 절친한 친구 사이로 알려진 미국 영화배우 브래드 피트 등이 다녀갔다. 호텔은 객실료를 공개하지 않지만 하룻밤에 최소 300유로에서 시작한다. 스위트룸의 경우 1000유로를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리오하의 와이너리들은 프랑스 보르도처럼 와인을 관광산업의 핵심소재로 육성하고 있다. 리스칼 외에도 인근의 마르케스 데 뮤리에타란 와이너리에도 초특급 호텔 공사가 한창이다.

호텔 숙박료가 너무 비싸 '그림의 떡'이라고 생각되더라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호텔 주변 나즈막히 펼쳐져 있는 포도밭을 산책하거나 1860년부터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한 리스칼의 근사한 양조시설을 10유로에 둘러볼 수 있다. 특히 '대성당'이란 이름의 145년된 와인 보관시설에 배여있는 오래된 와인향은 와인 애호가라면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 지역의 수백년 된 중세 건물들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엘씨에고 초입에 있는 산 안드레스교회를 비롯해 10세기 나바르왕국이 방어요새로 지은 라구아르디아가 인상적이다. 와인호텔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라구아르디아는 중세건축물 특유의 외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요새 안으로 들어서 미로처럼 이어진 골목길을 돌아다니다 보면 돈키호테가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다.

리오하(스페인)=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

[ 대한항공 마드리드 직항운항‥6월23일부터 월.목.토 주3회 ]

대한항공은 6월23일부터 매주 월.목.토요일 마드리드 직항편을 운항한다.

축제의 물결이 넘치는 6월의 스페인을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됐다.

라구아르디아에서도 산 후안,산 페드로 축제가 6월에 열려 마을 전체를 마술과 같은 흥겨움 속으로 몰아 넣는다.

'와인 호텔'은 숙박료가 비싸고 객실도 많지 않아 예약 자체가 어렵다.

라구아르디아에 있는 4성급 호텔로 '객실 창문을 완전히 열 수 있는' 호텔이 괜찮다.

스페인 농촌의 고즈넉한 풍경과 아름다운 새소리를 느낄 수 있다.

리오하는 마드리드에서 기차로 3시간30분쯤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