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赫東 < 과학기술부 기계소재심의관 atom@most.go.kr >

28년 전 대학입학시험을 보러 한나절 동안 기차를 타고 달려 온 서울은 압도 그 자체였다.

현기증이 날 정도였다.

그때 역 앞의 크고 넓적한 빌딩은 내 알량한 자존심을 초라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가슴은 뛰었다.

"지금 나는 이 화려하고 큰 도시 가운데에 서 있으며,공과대학을 나오면 뭔가 해낼 수 있으리라." 그 시절 내 꿈이자 시대정신이었다.

그래서 의대에 가라는 집안 어른들의 강력한 권유를 뿌리치고 공대 진학을 결심했고, 스스로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기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고 있었고, 세상을 바꾸는 주역이 됐다는 자부심으로 즐거운 학창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학교는 휴교로 수업을 반 이상 하지 못했다.

미분방정식을 한번도 제대로 배워보지 못했지만 졸업장을 용케 받았다는 사실에 철없이 즐거워하기도 했다.

하지만 훗날 외국에서 공부하면서 원망도 했다.

아리따운 아가씨를 감언이설로 꼬드겨 어렵사리 결혼도 했지만, 그 후로 수난의 연속이었다.

친구 신랑은 의사 변호사여서 한 달 수입이 얼마라는 둥…. 그들은 내 수입의 10배를 넘어 모범적 가장인 나를 주눅들게 만들었다.

공학박사란 나름대로의 자존심에 상처를 안겨주었다.

내 선택이 잘못된 건가?

그 후로 시간이 많이 지났다.

작년 가을쯤으로 기억된다.

법대 출신으로, 경제관련 부처 장관을 지낸 분이 몇 백억원대의 부자가 된 젊은 엔지니어들을 부러워하며 "나는 인생을 잘못 살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리고 다시 태어나면 공대에 갈거라고…. 얼마 전 문과대 출신으로 느지막이 대기업 CEO가 된 분의 말씀도 선명하다.

나이 어린 엔지니어 출신 상관을 평생 모셔온 그분은 가슴에 응어리가 맺혀 자식은 반드시 전자공학과에 보낼거라고….

공학자는 기술로 돈을 만든다.

크게는 나라의 부(富) 창출을 위해, 작게는 자신을 위해…. 공학자는 크고 작은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경영능력을 갖춘다.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있는 CEO는 공대 출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잘나가는 기업의 중역은 절반 이상이 엔지니어 출신이다.

똑똑하고 패기 넘치는 당신! 공과대학으로 오세요.

그럼, 부자도 될 수 있고, 고위 공무원도 될 수 있답니다.

외국에는 수상이나 대통령이 된 사례도 많지요.

노벨상도 가능하고요.

의사도 경제학자도 물리학자도 정치인도 아닌 엔지니어가 무슨 노벨상이냐고요? 노벨상을 만든 이는 화학공학 엔지니어임을 잊으셨나요? 그리고 과학기술부도 유능한 당신을 요람에서 황혼까지 책임진다고요.

왜냐면, 당신은 우리의 자랑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