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차세대 첨단 전투기 F-22 랩터 구매의향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조지 부시 행정부와 공군 사이에서도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고, 일본은 미국이 판매에 소극적일 경우 경쟁국인 유럽쪽으로 구매선을 돌리겠다며 부시 행정부를 은근히 압박하고 있다.

중국과 북한의 반발 강도는 여전히 거세고, 한국도 이로 인해 차세대 전투기 사업 전반에 대한 재검토 여론이 일각에서 거론되고 있다.

미국이 과연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일본에 첨단 F-22를 판매할 것인지, 아니면 F-22 보다 한 등급 낮은 기종으로 대체할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다.

지난달 30일 개막돼 1일 막을 내린 미일간 외교.국방장관 등 4자회담에서도 이 문제가 심도있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 부시 행정부 의견 대립 = 미 공군과 록히드 마틴 등 방산업체측은 대체로 일본에 F-22를 판매하는데 긍정적이다.

록히드 마틴은 미 정부가 F-22 생산대수를 당초 계획의 절반으로 줄임으로써 비용 압박을 받고 있어 F-22 해외판매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계획이고, 공군도 비용절감을 위해 여기에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라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반면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 최고실무자인 데니스 와일더 백악관 NSC 동아시아 보좌관이 중국의 반발을 우려하고 있다는게 워싱턴의 소식통들과 워싱턴 타임스 등 언론 보도의 전언이다.

일본에 차세대 전투기 판매용의 입장을 공식 발표했던 와일더가 이처럼 신중한 입장으로 돌아선 것은 최근 중국과 북한, 한국 등의 반발을 고려한 것이라는게 우리 당국자의 설명이다.

한 당국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중국 등 동북아의 반발 기류를 감안해 미 정부가 신중한 반응으로 돌아선 것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앞서 국방부 제프리 콜러 국방안보협력청장도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F-22는 미국의 군사적 우위를 지키기 위해 제작된 것인만큼 설령 의회가 승인하더라도 설계와 제작, 실험을 모두 다시 해야 하고 가격이 대당 100억 달러가 넘어 수출이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미국이 수출에 제약이 많은 F-22 보다는 이보다 한등급 낮은 보잉사의 F-18 호넷 판매를 추진중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일본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적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 中, F-22 알레르기 반응 이유 = 중국 공산당기관지 인민일보가 발행하는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최근 "일본이 주변의 안보를 직접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고, 북한 노동신문도 지난 30일 일본의 F-22 구입 계획을 "재침의 위험신호"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중국의 이 같은 반발은 러시아와 중국이 보유중인 최신예 전투기보다 성능이 월등히 뛰어난 F-22를 100대나 구입할 경우 동북아 군사력 균형을 일거에 깨뜨릴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영국 방위평가연구국(DERA)은 F-22가 한국 공군 주력기인 F-16의 30배, F-15의 12배, 러시아 최신예 Su-35의 10배 성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했다.

CNN은 이날 "스텔스 기능을 갖춘 F-22는 투시하고 사고하며, 스스로 반격하고 또다시 반격하는(can see, think, act and react by itself) 최신예 전투기"라고 평가했다. 인간이 조종하는 마지막 전투기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도 F-22에 대항하기 위해 2015년 배치를 목표로 첨단 스텔스 기능을 갖춘 젠(殲)13과 14의 개발을 추진 중이나 성능면에서는 F-22를 따를 수 없을 것이라는게 객관적 평가다.
결국 중국은 일본이 F-22를 100대 가까이 구매할 경우 동북아의 제공권을 일거에 장악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 日, 유로파이터와 접촉..美 경쟁심 유도(?) = 일본측은 지난달 30일 미일 4자 국방.외교장관 회담에서 F-22 랩터가 일본의 차기주력전투기 후보인 점을 강조하며 미측에 관련법의 적용을 완화해 정보를 제공해 줄 것을 공식 요청했다.

한편으론 미국과 경쟁관계인 영국 방산업체인 BAE 시스템스측에 현재 개발중인 EF-타이푼 기종 구매 의사를 타진했다. 구매 대금은 60억-1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영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유로파이터는 영국과 이탈리아, 독일, 스페인 등 유럽 4개국 합작 방산업체로 미국 보잉과 록히드 마틴 등과 협력 또는 경쟁관계에 있다.

일본의 이 같은 태도는 의회 규정에 묶여 있는 미국의 F-22 조기 판매를 유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 상원은 지난 1998년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 1980년부터 개발에 착수한 F-22의 기술적 우위를 향후 10~20년간 유지하기 위해 F-22의 해외 판매를 2015년까지 금지시키는 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미 하원이 지난해말 F-22 해외 판매를 허용하는 개정법안을 제출한 적이 있어 의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 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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