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참패 책임을 둘러싸고 벌어졌던 한나라당의 극심한 내분 양상이 봉합 쪽으로 가닥이 잡히는 분위기다.

강재섭 대표의 쇄신안을 수용할지 여부를 놓고 고심해 왔던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최고위원직 사퇴 여부를 저울질해 왔던 측근 이재오 의원은 2일 각각 공식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최고위원은 사퇴하지 않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1일 전해졌다.

이 최고위원이 사퇴하지 않으면,현 ‘강재섭 체제’는 유지되고,재·보선 참패로 촉발된 당내 갈등이 수습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오늘 공식입장 발표=이 최고위원과 이 전시장은 이날 두 차례 단독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최고위원은 '사퇴 불가피론'을 주장했고, 이 전 시장은 극구 만류했다고 캠프 관계자들은 전했다.

두 사람은 밤 늦게까지 소장파 의원과 중진·원로 의원들의 의견을 들은 뒤 2일 최종 결정을 내리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이 전 시장이 '봉합'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이 최고위원 역시 사퇴 강행시 이 시장에게 미칠 정치적 부담을 우려해 ‘신중모드’로 선회한 것으로 관측된다.

핵심 측근은 "이 전 시장이 안국동 캠프 사무실에서 쇄신안 수용과 당 화합을 촉구하는 회견을 갖고,이 최고위원은 별도로 불사퇴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최고위원의 사퇴는 현 지도부 붕괴로 이어져 당내 주도권을 잡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분열을 촉발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이같은 결심을 한 배경으로 보인다.

이 전 시장 측의 이방호 의원은 "이 최고위원이 사퇴할 경우 발생할 당의 혼란과 분열의 책임이 이 전시장에게 쏠린다는 점이 큰 부담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날 강 대표와 만찬을 가진 상임고문단이 박근혜 전 대표와 이 전 시장 양대 대선주자의 상생경선 다짐을 위한 공동 기자회견 개최,이 최고위원의 불사퇴 등 2가지를 요구키로 한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관측된다.


◆불씨 여전=이 최고위원이 불사퇴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해도 당내 갈등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두 대선주자 캠프의 최대 현안인 ‘경선 룰’신경전이 더욱 첨예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 전 시장 측이 쇄신안을 받아들이면서도 네거티브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과 함께 국민참여 비율을 높일 수 있는 경선 룰 조정 등을 포함한 추가 쇄신책을 제시하며 강 대표를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강 대표는 쇄신안을 발표하면서 두 주자 대리인이 참여하는 현 경선 룰 미팅은 더 이상 실효성이 없다면서 대표가 직접 나서고 최고위원회의에서 결론을 내릴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이 전 시장측은 ‘친박’ 성향의 강 대표에게서 공정성을 기대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이 최고위원이 사퇴 주장을 펴고 이 전 시장이 만류하는 모양새를 취한 것은 강 대표를 우회적으로 압박하면서 경선 룰 협상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적 행보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최고위원이 아직도 강경 입장을 완전히 거둔 것은 아니어서 사퇴 가능성은 반반 이라는 시각도 있어 최종 발표 내용이 주목된다.

홍영식/김인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