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워하던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The shaming is over).' 미국 경제지 포천은 1일 '기업이 돌아왔다(Business is back)'는 제목의 최신호 커버스토리를 통해 "IT산업의 거품 붕괴와 대규모 회계부정 사건 이후 5년여 동안 자숙의 기간을 보내던 미국 기업들이 최근 들어 대중의 신뢰를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미국 내 '친(親)기업 정서'가 되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높아진 기업 신뢰도

美 '친기업 정서' 되살아난다 ‥ 회계부정 딛고 신뢰 회복

다국적 홍보회사인 에델만에 따르면 미국 내 평균 수입 이상을 버는 대졸 성인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응답자의 57%가 '기업이 옳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답했다.

이 수치는 2001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여론조사뿐만 아니다.

기업에 대한 시각이 우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징후는 사회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2002년 이후 3년 내리 감소세를 보였던 경영대학원(MBA) 지원자 수는 2006년엔 전년 대비 70% 늘어났다.

경제 전문 채널 CNBC의 유료 시청자 수도 작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섰고 경영학 서적 판매량도 늘고 있다.

전직 고위경영자 조직인 HSM그룹이 올 가을 뉴욕 라디오시티뮤직홀에서 개최하는 강연의 입장권은 잭 웰치와 톰 피터스 등 경영계의 거목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에 힘입어 2500달러라는 고가에도 불구하고 찾는 사람이 줄을 잇고 있다.

미국 대법원의 친기업적 판결도 잇따르고 있다.

100년 넘게 독과점 및 가격 담합을 금지해온 독점금지법을 뒤집는 판결이 쏟아지고 있는 것.대형 정유회사인 텍사코와 셸이 서부 지역에서 휘발유를 판매하기 위해 설립키로 한 합작회사가 독점금지법에 위배된다는 하급심 판결을 대법원이 뒤집어버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부정적 이미지 털어낸 기업실적


기업의 높아진 신뢰도는 탄탄한 기업실적이 뒷받침했다.

최근 7년간 미국 주요 업종의 이익 증가율을 보면 에너지업종은 152.9%에 달했고 △부동산 146.2% △은행 87.3% △제조설비 84.9% △보험 51.6% △소매업 36.1% 등 대부분의 업종이 빠른 성장세를 나타냈다.

IT 기업의 줄도산으로 망가질 대로 망가진 온라인 기업의 이미지는 IT 기업이 다시 살려내고 있다.

인터넷 검색사이트인 구글의 주가는 450달러로 치솟았다.

시가총액은 인텔과 코카콜라 등 거대 제조업체마저 추월했다.


◆CEO 기 높이는 기업 이미지


최고경영자(CEO)의 솔선수범도 기업 이미지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리 스콧 월마트 CEO는 2005년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높여야 한다고 미 의회에 촉구했다.

월마트의 일부 소비자들이 가격 인상을 우려해 반대했지만 꿋꿋이 밀어붙였다.

또 직원들을 위한 건강관리 대책을 확대하고 친환경 상품을 늘리는 등 좋은 이미지 가꾸기에 땀을 쏟았다.

델컴퓨터의 마이클 델 CEO의 '나를 위한 나무 한 그루' 캠페인도 미국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컴퓨터 한 대가 팔릴 때마다 6달러를 적립해 나무를 심자는 계획이다.


◆목소리 높이는 미국 기업들


그동안 논쟁적인 사회적 이슈에 상대적으로 몸을 낮췄던 기업들은 그들 나름의 입장을 밝히기 시작했다.

PG&G 알코아 듀크에너지 등 대표 기업 열 곳이 지난 1월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한 것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들 기업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기업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규정한 뒤 이를 서로 사고 팔 수 있게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질적인 논란거리인 의료보험 문제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미국 내 200대 기업 CEO들의 모임인 '비즈니스 테이블'은 연초 국민들의 전반적인 건강을 정부가 책임지는 '전 국민 의료보호제도(universal healthcare system)'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재석ㆍ김유미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