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반석 LG화학 사장은 23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한국은 씨름문화의 전통이 강해 자율적 구조조정이 힘들다"며 석유화학업계를 겨냥한 최근 산업자원부의 자율적 구조조정 주문에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이어 "34년 화학업계에 종사한 경험에 비춰볼 때 일본처럼 업계가 주축이 된 자발적 구조조정은 힘들고,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이 같은 차이를 한·일 양국의 전통 스포츠인 씨름과 스모의 문화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눈길을 끌었다.

씨름은 '끝까지 가보겠다'는 정서가 강해 과당경쟁을 촉발하지만,스모는 선 밖으로 나가면 패배를 인정하는 등 자율 구조조정을 독려하는 문화가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앞서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은 최근 석유화학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정책간담회를 갖고,일본 석유화학업계의 성공사례를 제시하며 업계 스스로의 자율구조조정을 촉구했었다.

김 사장은 이어 "지난해 가격담합 혐의로 과징금을 부과받은 후 업계 대표들이 괜한 오해를 살까봐 만나는 것도 꺼린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 사장은 그러나 "인수·합병(M&A)을 통한 기업의 대형화·글로벌화는 앞으로 석유화학업계의 생존 해법이 될 것"이라면서 "기업결합심사기준 등 제도를 완화함으로써 정부가 먼저 '멍석'을 깔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정위 독과점 규제가 풀릴 경우 폴리스티렌(PS) 사업분야를 중심으로 활발한 M&A와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한편 김 사장은 "향후 5년 내에 순이익 1조원 클럽에 가입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위해 스피드경영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G화학은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배가량 늘어나는 등 실적호전 추세를 보이고 있다.

김 사장은 또 "주력인 석유화학부문을 글로벌기업 수준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국 중동 등 해외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해 저가 원료를 확보하는 한편,기존 사업의 고부가가치화 등을 통해 규모와 수익을 동시에 추구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LG석유화학과의 합병설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논의와 합병을 위한 조직정비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시장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항이기 때문에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