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언 가슴으로 그토록 기다렸던 봄이 한창이다.

만물은 봄의 부름에 화답이라도 하듯 생기가 돋고 힘이 뻗친다.

생명이 약동하고 소생하는 계절의 하루하루가 이토록 고마울까 싶다.

두꺼운 옷을 벗어던지는 것만으로도 몸이 가벼운데,이름모를 꽃들이 여기저기 흐드러지게 피어 있으니 마음 또한 날아갈 것만 같다.

실로 우리네 가슴을 포근히 적셔주는 것은 봄이다.

'봄'이란 말만으로도 향기가 나고 신선한 기분이 감돈다.

봄의 자연을 마음곁에 두고 사는 이웃들에게서 배시시 흘러나오는 미소가 편안하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게다.

그래서 '사람이 봄날 같으면 좋겠다'는 말이 생겼나 보다.

수녀인 이해인 시인은 '봄날 같은 사람'을 이렇게 그렸다.

"그는 아마도 늘 희망하는 사람,기뻐하는 사람,따뜻한 사람,친절한 사람,명랑한 사람,온유한 사람,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고마워할 줄 아는 사람,창조적인 사람,긍정적인 사람일 것"이라고.시인은 이어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과 용기를 새롭히며 나아가는 사람이 봄날 같은 사람"이라고 한껏 치켜세웠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삭정이 같은 마른 세상에서 꽃망울을 터뜨리게 하는 자양분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우리네 주변 사정은 그리 녹록지 않다.

늘 불안과 긴장 속에서 지내기 일쑤고 자연스럽지 못한 일들이 너무 많아 사회와의 마찰계수는 높아만 간다.

상대방을 헐뜯고 비난하는 삿대질에도 이골이 났다.

이제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도 물러났다.

영국 시인 셸리의 표현처럼 봄은 생생한 빛과 향기로 들과 산을 채워가고 있는 중이다.

고운 모습으로 채색되어 가는 이 봄에,난데없이 미국에서 날아든 한 교포학생의 광기서린 행동은 우리 모두에게 더할 수 없는 커다란 충격이었다.

지난 며칠은 마음을 졸이면서 악몽을 꾸는 봄날이었다.

다시금 마음을 추스르고,향기롭고 청량한 '봄날 같은 사람'이 되고자 다짐하면서,생명이 약동하는 계절에 희망의 노래를 맘껏 불러보자.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