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제협력추진위원회는 22일 경의선과 동해선 열차시험운행을 비롯 경공업 지하자원협력사업,대북 쌀 차관 40만t 제공 등을 담은 10개항의 합의문을 채택(採擇)하고 5일간의 회의일정을 마쳤다.

당초 21일 시한을 하루 연장하는 진통을 거듭한 끝에 여러 쟁점 현안들에 대해 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 해결이 지체되면서 북한이 2·13합의에 따른 비핵화 초기조치의 이행을 미루고 있는 사정을 감안해 볼 때 이번 합의가 제대로 이행될지는 솔직히 의문이다.

남북은 그 동안 수 차례 회담에서 많은 합의사항을 도출해냈지만 제대로 실행에 옮겨진 적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지난해에는 북측이 열차시험운행에 합의하고도 정작 행사 하루 전 군사보장조치 미비를 이유로 일방 취소한 바 있다.

이번 합의도 북측이 식량지원 문제가 일단 해결되고 나면 또 어떤 빌미를 만들어 이행을 회피(回避)하려 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팽배한 것도 바로 그러한 연유에서다.

더욱이 앞으로 북핵 상황이 어려워지면 또다시 남북관계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합의에 대한 북측의 보다 성의있는 이행이 실질적인 협력을 위한 선결조건인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특히 북한은 열차시험운행에 필요한 군사보장 조치와 함께 2·13합의 초기조치를 빠른 시일 안에 이행함으로써 상호 신뢰기반을 조성하는 것만이 남북간의 경제협력을 지속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첫걸음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우리 측도 합의내용의 보다 구체적인 실천을 담보할 수 있는 조치와 수단을 미리미리 강구해나가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일방적 양보만으로는 협력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은 그동안의 남북관계만으로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쌀 차관 제공문제는 2·13합의의 이행이 전제되어야만 한다는 원칙을 확고히 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안된다.

이번 기회에 북한의 이행조치가 선행(先行)되지 않는 한 물자 지원은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각인시켜 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남북 간 경제협력 확대는 환영할 만한 일임에 틀림없지만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하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줄 때만이 의미가 있고 가능한 일이란 점을 거듭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