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업이 과도한 투기성 외환거래를 일삼고 있다는 증거를 포착했다며 한국은행이 주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금융감독원이 외국 은행 지점의 과도한 외화 차입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한 데 이어 한은이 기업들의 환투기를 경고하고 나섬에 따라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한은은 "외환매매량 상위 기업을 중심으로 모니터링을 한 결과 20여개 기업의 과도한 투기성 외환매매 행태를 발견했다"며 "해당 기업과 거래 은행에 자제를 촉구했다"고 20일 밝혔다.

한 수출 대기업은 영업이익 호조에도 파생금융 거래를 통한 환투기로 200억원의 손실을 입어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고,몇몇 중소기업은 전담팀까지 두고 일중 매매(데이 트레이딩)에 몰두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또 한 기업은 지난해 변종통화 옵션으로 순이익을 모두 까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 관계자는 "한 중소기업은 실제 수출입 관련 실수요가 전혀 없는데도 1회 수백만달러의 투기성 거래를 실행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투기성 거래가 외환시장을 활성화하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과도할 경우 △환 리스크 확대 △외환시장 교란 △기업 고유 경영활동 위축 등의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은 향후 은행들이 기업의 과도한 투기성 외환매매에 대한 통제 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는 한편 과도한 투기성 매매가 계속될 경우 매매한도 감축과 거래 규모 축소,조기 청산 등의 방안도 강구토록 유도할 방침이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날 금융협의회에서 최근 급증하고 있는 금융회사의 단기 외화 차입에 우려를 표시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