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자 테니스의 '간판' 이형택(세계랭킹 49위.삼성증권)이 '황제' 로저 페더러(1위.스위스)와 생애 두 번째로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이형택은 17일(한국시간) 총상금 208만달러가 걸린 남자 프로테니스(ATP) 투어 모나코 몬테카를로 마스터스시리즈 2회전에서 미카일 유즈니(17위.러시아)를 2-0(6-4 6-3)으로 격파하는 파란을 연출하며 3회전에 올랐다.

1회전을 부전승으로 통과한 페더러도 2회전에서 안드레아스 세피(101위.이탈리아)를 2-0(7-6<7-4> 7-6<8-6>)으로 힘겹게 따돌리고 3회전에 올라 19일 이형택과 8강 진출을 놓고 다투게 됐다.

이형택은 지난 2003년 메이저대회인 윔블던 1회전에서 0-3으로 진 이후 4년 만에 페더러와 두 번째로 격돌한다.

지난 2월 ATP 투어 SAP 오픈에서 8강에 올랐을 뿐 나머지 6개 대회에서는 모두 1회전에서 탈락하며 부진했던 이형택은 2주 전 서울에서 벌어진 데이비스컵에서 안정을 되찾았고 우승 상금만 46만 달러인 특급대회인 이번 마스터스시리즈에서 3회전에 올라 부활 가능성을 높였다.

일단 상승세를 탄 쪽은 이형택이다.

통산 전적 1승1패로 호각세이던 유즈니를 맞아 주도권을 한 번도 뺏기지 않고 완승을 거뒀다.

데이비스컵 이후 충분한 휴식으로 새 라켓에 대한 적응도 마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페더러는 껄끄러운 클레이코트에서 약점을 드러내며 한 수 아래인 세피에 고전했다.

잔디나 하드 코트에 비해 바운드가 느리고 랠리에 강한 선수가 유리한 클레이코트에서 이형택이 이변을 연출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3회전 진출로 2만6천달러의 상금을 확보한 이형택은 상위 랭커인 유즈니를 물리치면서 다음주 발표되는 세계 랭킹에서 역대 한국 선수 중 가장 높은 40위대 초반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형택이 올해 기예르모 카나스(55위.아르헨티나)에게 두 번이나 연속으로 져 하락세를 타고 있는 페더러를 넘어설 수 있을 지 비상한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