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회사 전환 SK㈜의 최대주주..11.16% 보유
최태원 회장 당분간 C&C 통해 지주회사 지배


SK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로 바뀌면서 복잡한 순환출자 해소와 수직 출자구조 형성 등 지배구조에 변화를 맞게 됐지만 요지부동의 '키 포인트'가 하나 있다.

최태원 회장이 새로 생기는 지주회사의 최대주주인 SK C&C를 통해 그룹을 장악하고 있는 구조가 그것이다.

비상장 회사인 C&C 지분으로 지주회사 체제 정점에서 지배력을 행사하는 모양새로, 이는 종전과 달라지는 것이 없고 오히려 강화됐거나 되리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 회장이 지주회사 지분은 0.97%에 불과하지만 C&C 지분 44%를 갖고 있고, 그 C&C는 지주회사 주식을 11.16% 보유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결국 최 회장은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거느리게 되는 지주회사 지분은 1%에도 못미치지만 C&C를 통해 지주회사를 지배하고, 그 지주회사 아래에 자회사와 손자회사를 두고 있는 셈이다.

오너 입장에서 소유구조는 바뀐 게 없고 오히려 그룹 지배력을 단단히 다지기가 더욱 쉬워진 셈이다.

때문에 오너가 비상장 회사를 끼고 1%도 안되는 지주회사 지분으로 그룹 지배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문제라는 시민단체 등의 비판적인 시각도 있는 게 사실이다.

SK 관계자는 12일 "최 회장이 향후 지주회사 지분을 늘려나갈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은 대체로 맞다고 봐야할 것"이라며 "그러나 당장 최 회장이 C&C 주식을 팔고 지주회사 지분을 크게 늘리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상당기간은 C&C를 고리로 하는 지배구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관계자는 "지주회사 전환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측면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이전에도 있었던 문제이고 법적으로도 아무런 하자가 없는 것에 대해 문제를 그렇게 제기한다면 사실 할 말이 없다"며 불편한 심기를 표출했다.

시장에서도 최 회장이 지주회사 지분을 늘려나가리라는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와 관련 일부에서는 최 회장이 C&C 지분과 지주회사 지분을 맞교환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SKT와 SK네트웍스도 C&C와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으려면 C&C 지분을 2년 안에 처분해야 한다.

지주회사는 또 자회사(상장) 지분을 20% 이상 가져야 한다는 규정때문에 현재 17.83%에 그치고 있는 SK에너지화학 지분을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 두 회사는 공개매매 과정 등을 통해 상대방 주식을 나눠가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복잡한 지분구조 전환 방정식의 해법 찾기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이희철 CJ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지주회사는 현재 보유한 SK 자사주 외에 C&C가 보유중인 지분 등을 매입할 것으로 보여 SK에너지화학에 대한 지주회사 지분은 29%까지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그는 또 "SKC가 보유중인 SK해운(10.16%)과 SK증권(12.41%), SK네트웍스가 보유중인 C&C(15.0%), SK증권(22.71%), SK해운(17.71%) 등은 순환출자 해소 및 금융회사 분리 차원에서 향후 정리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지주회사는 SK에너지화학 등의 지분을 추가 확보하기 위한 자금 마련 차원에서 여타 계열사 지분의 일부 매각 또는 상장을 통한 유동화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SK측은 법정기한인 2년안에 순환출자를 해소한다는 것만 확실하고 다른 지배구조 강화 등을 위한 주식매매 등을 말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 학장은 "우리나라 지주회사 체제는 (오너의) 소유분산 문제와는 별개"라면서 지주회사 체제가 집중된 지배구조와 경영권 방어수단을 더욱 강화해주는 제도가 될 수있다면서 "그럼에도 소유가 집중된 구조라면 지주회사 체제로 가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 회장이 C&C를 통해 지배력을 행사하는 문제에 대해 "오너 개인이 지주회사의 지분을 갖든, 오너 개인의 회사가 지주회사의 지분을 갖든 그건 별 차이가 없다"며 "다만 지주회사 주식을 일반에 많이 내놓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