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범들이 담배꽁초를 무심코 버리는 바람에 경찰에 잇따라 덜미를 잡히고 있다.

경찰은 성폭행 용의자의 도주를 우려, 구강상피를 채취하는 대신 용의자가 버린 담배꽁초에 묻은 체액의 DNA를 범인의 것과 대조하는 수사기법으로 2년여 된 미제사건을 해결하는 개가를 올리고 있다.

경기도 안산상록경찰서는 12일 강도강간 혐의로 윤모(31)씨를 구속했다.

윤씨가 서울 강동구 천호동 반지하방에 사는 A(33.여)씨를 성폭행하고 현금 10만원을 빼앗은 것은 2년 4개월전인 지난 2004년 12월 8일 오전.
당시 A씨의 의류에서 범인(윤씨)의 정액을 채취, DNA가 확보됐지만 이렇다할 단서가 없어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미제사건 검토에 들어간 안산상록경찰서는 범인이 165㎝의 키에 다부진 체격이며 반지하방을 범행대상으로 삼은 점에 주목했다.

강동구 천호동과 중랑구 일대 성폭행 전과자들을 발췌한 경찰은 성폭행죄로 7년을 복역한 뒤 2004년초 출소한 전 프로권투 선수 윤씨가 범인과 비슷한 체구이고 과거에도 반지하방을 노렸다는 수사기록을 확인, 윤씨를 용의선상에 올렸다.

경찰은 이어 윤씨를 미행해 서울 중랑구 PC방에서 윤씨가 피우다 버린 담배꽁초를 수거한 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담배꽁초 체액의 DNA분석을 의뢰, 범인의 DNA와 일치한다는 통보를 받고 윤씨를 검거했다.

앞서 양평경찰서가 지난 1월 28일 강간미수 혐의로 구속한 최모(49)씨도 담배꽁초를 이용해 사건발생 2년 2개월만에 검거할 수 있었다.

최씨는 2004년 11월 28일 밤 양평군 양평읍 골목길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B(52.여)씨의 목을 조르고 둔기로 머리를 때린 뒤 성폭행하려다 B씨가 완강히 저항하자 도주했었다.

당시 B씨의 옷에서는 범인(최씨)의 코피가 묻어 DNA가 확보됐지만 역시 범인의 행방은 오리무중인 상태로 사건이 잊혀져 갔다.

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에서 근무하다 양평경찰서로 복귀한 유모(33)경사는 미제사건 수사서류에서 범인이 160㎝의 단신이었다는 사실을 확인, 자신이 2006년 구속했던 작은 체구의 최씨를 떠올렸다.

최씨는 사건발생 5개월전에 출소했고 사건현장 인근이 주소지였다.

유경사는 최씨의 뒤를 쫓았고 수원지법 여주지원 앞에서 최씨가 버린 담배꽁초를 주워 DNA 대조로 범인이 최씨임을 밝혀냈다.

경찰 관계자는 "성폭행 용의자에게 막무가내로 구강상피 채취를 하기 어렵고, 설사 동의하더라도 도주의 우려가 있어 발품을 팔며 담배꽁초를 수거해 DNA를 대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산연합뉴스) 최찬흥 기자 c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