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10일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와 관련해 북한측에 사실상 최후해법을 제시함에 따라 북한측의 반응이 주목된다.

미국이 제시한 최종해법은 BDA에 묶인 자금을 불법.합법 계좌를 가리지 않고 전액 자유롭게 찾을 수 있게 함으로써 사실상 `용처 제한'을 해제하는 대신 북한측이 막판에 요구해온 계좌이체문제는 북측이 `알아서 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북한측이 이 해법을 받아들일 경우 그동안 진전을 이루지 못했던 6자회담 `2.13 합의' 이행의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이지만 'BDA에서 제3은행으로의 송금'을 고집했던 북한측의 반응은 현재까지 드러나지 않은 상황이다.

방한중인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차관보는 이날 저녁 서울 신라호텔에서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과 회담한 뒤 "내가 이해하기로는 정확히 북한이 원했던 것"이라며 "북측도 긍정적으로 반응하길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BDA해법으로 여러 옵션이 있었으나 이것이 60일간 이행할 초기조치의 시한(4월14일)에 비춰볼때 가장 실현 가능한 것이었다"며 "이번 주 굉장히 바쁠 것이며 시한 안에 (초기조치를) 이행할 수 있을지 여부는 두고 보자"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이어 우 부부장과의 협의 내용에 대해 "차기 6자회담 개최 날짜를 잡기 위해 각각의 스케줄을 검토했다"면서 "우 부부장이 주말에는 베이징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답해 주말께 차기 회담 일정이 윤곽을 드러낼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 소식통은 "북측이 미측 BDA 해법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더라도 즉각 6개국 수석대표들을 소집하기는 어려울 것이기에 내주는 되어야 6자회담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우 부부장과 양자 협의를 진행한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한국과 중국 모두 북한이 미측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방한중인 우 부부장은 이날 저녁 같은 장소에서 힐 차관보와 천 본부장과 각각 양자회담을 가졌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 마카오 당국은 BDA에 동결돼 있는 모든 북한 관련 계좌의 동결을 풀 준비가 돼있다고 미 재무부 측이 밝혔다.

천 본부장은 이날 오후 시내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힐 차관보와 만난 뒤 "현 상황은 2005년 9월 BDA (북한) 자금이 동결되기 이전 상태로 돌아간 것"이라며 "내일부터는 모든 (북한) 계좌 주인들이 자유롭게 돈을 찾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BDA를 돈세탁 우려 대상으로 지정하고 미국은행과의 거래를 막은 조치 자체는 유효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정부 당국자가 밝혔다.

북한의 향후 반응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북한은 불법 여부에 상관없이 돈을 인출할 수 있게 됐고 그 용도도 제한을 받지 않게 됨에 따라 BDA 제재로 인한 불이익이 해소됐다고 볼 수있기에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또 다른 관계자는 "협상의 고비 고비마다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해온 북한이 미국의 제안을 수용할 지 여부는 기다려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미국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국제금융체제에 다시 편입한다는 상징적 조치인 `제3국으로의 자금이체 보장'을 고집할 경우 조속한 6자회담의 진전은 물론 협상국면이 틀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힐 차관보는 이날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비핵화를 못하면 다른 트랙에도 문제 있을 것"이라면서 "북이 비핵화 과정을 시작하지 않으면 매우 불투명한 미래에 맞닥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방북중인 빌 리처드슨 미국 뉴멕시코 주지사와 빅터 차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일행이 북한측 고위인사들과 만나 이번 제안에 대해 어떤 북측 입장을 전달받을 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