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문제 해법을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경남은행(행장 정경득)이 창구 계약직 직원을 대상으로 '커리어 패스'(직무개발) 제도를 도입해 영업 효율 향상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이 제도는 직급과 관계 없이 본인의 역량과 업적에 따라 직무를 주고 직무에 상응하는 대우를 해주자는 취지에서 정 행장이 2005년 말 도입했다.

정 행장은 "창구 텔러에 국한됐던 사무 계약직 직원의 업무 범위를 전 직무영역으로 확대하고 적절한 보상을 하기 위한 인사 방식"이라며 "비정규직 직원에게 열심히 근무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노조는 물론 인사부까지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행장이 소신 있게 밀어붙여 시행에 들어갔다.

영업 역량이 뛰어나고 실적이 우수한 계약 직원은 PB(프라이빗 뱅킹),심사역 등 마케팅 인력으로 발탁했다.

개인별 실적 관리 시스템인 '영업활동 실명제'를 통한 공정한 평가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전체 496명의 계약직 직원 중 22명을 뽑았다.

박소영 PB팀장(27세)은 신분은 비정규직이지만 지난해 임금 외에 2600만원의 직무 수당을 받았다.

단순 창구 텔러인 동료보다 두 배가량 높은 연봉을 받은 셈이다.

효율 중심의 인사시스템 도입에 힘입어 2004년 정 행장 취임 당시 11조원 대였던 총 자산은 작년 말 20조원을 돌파했고 작년 한 해 동안 2000억원 이상의 경상이익을 거뒀다.

정 행장은 "비정규직 문제를 단시일 내 획일적으로 풀기보다는 처우를 개선하는 쪽으로 인사시스템을 바꾸면 조직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면서 비정규직 차별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익원 기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