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 수학, 전산 분야를 두루 섭렵한 전문가를 찾습니다"
산업은행은 지난달 외부 전문 인력 채용 공고를 냈다.

2명을 뽑는 금융 파생상품 전문가 `퀀트(Quant)' 부문에는 국내외 명문대 석.박사 출신 80여명이 몰렸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예상보다 많은 고급 인력들이 원서를 냈지만 업무에 딱 맞는 사람이 눈에 띄지는 않는다"고 토로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금융 파생상품 시장이 급성장하고 첨단기법의 금융상품들이 쏟아져나오면서 은행들이 전문가 모시기에 부심하고 있다.

은행들이 `인력난'을 호소하는 대표적인 분야는 이른바 퀀트다.

퀀트는 금융회사에서 수학적인 모형을 만들거나 이를 활용해 파생상품의 가치를 평가하고 금융시장 위험도 및 움직임을 분석.예측하는 금융인을 말한다.

국내 파생상품 시장은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걸음마 수준이어서 퀀트도 많아야 수십 명 안팎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파생상품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산업은행도 현재 6명의 퀀트를 두고 있다.

국민은행은 올 초 파생상품 설계 및 트레이딩 업무를 전담하는 금융공학부를 신설해 25명을 배치했으며 이 가운데 퀀트는 5명이다.

하나은행도 얼마 전 공개 채용을 통해 퀀트를 기존에 1명에서 3명으로 늘렸고, 신한은행은 5명의 퀀트를 두고 있다.

전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국내에서 팔리는 파생상품의 대부분은 금융 선진국에서 이미 3~4년전 거래된 것들로 우리 금융기관들이 뒤늦게 해외에 로열티를 지급하고 들여온 상품들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창의적인 상품 개발은 커녕 해외 투자은행(IB)들의 신상품을 분석하기도 급급하다"고 말했다.

금융권은 글로벌IB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고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될 경우 은행들도 글로벌 무한 경쟁 체제에 놓이게 되는 만큼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인재풀부터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UBS 등 글로벌 IB들은 본부에만 100∼150명의 퀀트가 있는 반면 국내에는 기관마다 많아야 5명 안팎에 불과하다"면서 "선진 금융 흐름을 따라잡으려면 인력 양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