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일본프로야구 최고액 선수가 된 이승엽(31)이 소속팀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정상으로 이끌기 위해선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거인 킬러'다.

일본프로야구에서는 전 국민 50% 이상의 열렬한 응원을 받는 '전국구 구단' 요미우리를 상대로 화끈한 타격을 펼쳤거나 완벽한 투구를 펼친 선수를 '거인 킬러'라고 부른다.

역대 요미우리 '천적' 투수 중 첫 순위로 꼽히는 이가 바로 한국계 좌투수 가네다 마사이치다.

400승 투수인 그는 요미우리를 상대로 통산 승수의 16%인 65승을 올려 최고 천적으로 활약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 예선전에 나설 일본대표팀의 사령탑 호시노 센이치 전 한신 감독도 요미우리전에만 나서면 승부의 화신으로 돌변했고 통산 35승31패를 올렸다.

현역 투수 가운데 요미우리 천적은 주니치의 좌완 야마모토 마사, 가와카미 겐신, 한신의 후쿠하라 시노부, 히로시마의 구로다 히로키, 한신의 좌투수 시모야나기 쓰요시, 요코하마의 도이 요시히로 등이 거론된다.

이중 야마모토와 시모야나기는 금주 요미우리전에 등판할 게 확실하다.

이들은 하나 같이 팀의 대들보 구실을 맡고 있는 투수들이다.

야마모토와 시모야나기, 도이 등은 자로 잰 듯한 컨트롤로 요미우리 타선을 농락했고 가와카미 겐신과 구로다는 장기인 빠른 볼과 각각 컷 패스트볼과 포크볼로 거인 타선의 예봉을 꺾었다.

팀당 24경기씩 치르는 센트럴리그에서 일반적으로 4-5선발 로테이션을 가동하기에 요미우리가 이들과 대적할 가능성은 5번 이하로 낮아진다.

이들에게 패하더라도 다른 투수가 나오는 경기에서 승리하면 상대 전적에서도 앞서고 승률도 올릴 수 있다.

하지만 팬들은 천적을 보기 좋게 제압할 때 만끽할 수 있는 짜릿한 쾌감을 원한다.

요미우리의 4번 주포이자 해결사인 이승엽이 이들에게서 시원한 대포를 뽑아내 승리에 앞장선다면 더욱 강렬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또 요미우리를 우승시킨 뒤 미국으로 진출하겠다는 이승엽이 일본의 에이스들을 차례로 격파한다는 것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

물론 타격 페이스가 바닥을 헤매고 있는 이승엽에게 현재 필요한 것은 홈런보다 안타다.

천적이 차례로 등판하고 좌투수만 5명이 선발로 나설 이번 주 주니치, 한신과 홈 6연전은 이승엽에게 초반 페이스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도쿄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