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마감 시한이 임박한 1일 한ㆍ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와 산하 단체들은 심야까지 서울 곳곳에서 FTA 반대시위를 잇달아 벌였다.

일부 지역에선 경찰과 시위대 간 물리적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택시운전사 허모씨(56)가 분신을 시도,전경들이 급히 소화기로 불을 끄는 급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허씨는 인근 한강성심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으나,의료진은 허씨가 기도까지 상해 상태가 심각하다고 밝혔다.

범국본은 이날 오후 한ㆍ미 FTA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서울 하얏트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ㆍ미 FTA 협상 중단을 촉구했다.

범국본은 기자회견문에서 "국민 절반이 반대하는 한ㆍ미 FTA를 임기가 1년도 안 남은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은 타결에 대한 강박관념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이날 협상장 코앞에서 기자회견 겸 집회를 시도하던 범국본 회원 80여명은 집회를 원천봉쇄한 경찰과 충돌,시위대원의 안경이 파손되고 전경들이 부상으로 실려나가는 등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범국본 관계자는 "FTA 타결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더 이상 미국의 협상 일정에 쫓긴 졸속협상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여는데 경찰이 이마저도 방해했다"고 목청을 높였다.

범국본은 오후 늦게부터는 서울 시내 곳곳에서 한ㆍ미 FTA 체결의 부당성을 알리는 선전전을 한 뒤 저녁에는 시청앞 서울광장에서 촛불문화제를 가졌다.

집회 참가자들은 이날 밤 늦게까지 도로를 점거한 채 도심 곳곳에서 게릴라 시위를 벌였다.

범국본 산하 단체들도 한ㆍ미 FTA 협상 체결을 중단하는 기자회견을 연속적으로 열었다.

범국본 산하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등 20여개 단체로 구성된 한·미 FTA 저지 보건의료대책위 회원 30여명은 "미국은 전체 도축 소 가운데 0.1%만 광우병 검사를 하고 있다"며 "뼛조각은 뼈가 아니며,뼈는 안전하다는 정부의 주장은 거짓말"이라고 주장했다.

박상표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편집국장은 "한ㆍ미 FTA 의약품 협상 진행과 이에 따른 결과로 국민부담 2조원이 추가로 발생하고 의약품협상이 미칠 환자들의 치료약 접근권에 피해가 간다"고 주장했다.

한ㆍ미 FTA 저지 지재권공대위도 기자회견을 갖고 "지재권 분야는 문화 분야인데 이를 미국 요구에 따라 무조건 양보하면 개인의 프라이버시와 인권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도 이날 오전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식탁 위에 쇠고기를 올려 놓고 아무도 의자에 앉지 않으려 한다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연출,광우병 우려가 있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시민들에게 전달했다.

이에 앞서 오종렬 범국본 공동대표는 지난달 31일에도 기자회견을 갖고 "굴욕적인 한ㆍ미 FTA를 지지하는 정치인은 정치생명을 끊겠다"고 주장했다.

이석행 민노총 위원장은 "일방적인 미국뜻 받들기에 국민의 입과 귀가 봉쇄됐다"고 말했다.

저녁에는 시청앞 광장에서 촛불시위도 병행했다.

김동욱/성선화/정호진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