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가 임금 동결에 합의한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노조가 자발적으로 사측에 임금을 올릴 필요가 없다고 알린 것은 외환위기 직후를 제외하고는 찾아볼 수 없었던 일이다.

강성 노동운동으로 악명이 높은 한국 노동계가 뒤늦게나마 변신(變身)에 나서고 있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다행스럽고 바람직한 결정이다.

코오롱 노조는 "하루 두 끼를 먹더라도 동료들과 함께 일터에 남겠다"는 뜻에 따라 임금 동결을 자청,회사로부터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GS칼텍스 노조는 올해 설비 증설 자금 소요를 감안해 허리띠를 스스로 졸라매기로 했다.

LG필립스LCD와 S&T모터스 노조까지 동결 대열에 동참한 것은 당장 고통이 뒤따를지라도 성장기반을 확충해야만 일자리를 지킬 수 있다는 데 회사와 인식을 같이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기업들은 노조가 임금 동결은 기본이고 '보상 없는 근로시간 연장'까지 수용하고 있는 유럽 등 경영환경이 뛰어난 지역에 앞다퉈 투자하고 있다.

더구나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 중 최근 공장 문을 닫는 곳이 늘고 있는 실정이다.

높은 임금과 낮은 생산성,불안한 노사관계가 계속되는 한 국내에서의 일자리 창출이 더 어려워질 것은 뻔하다.

일부 기업에서 촉발된 임금안정 분위기는 전 산업현장에 확산(擴散)되어야 마땅하다.

청년실업난을 완화하고 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양대 노총은 고용을 우선시하는 노조의 정서를 반영,실리추구형 노동운동을 펼치기를 기대한다.

물론 기업은 열린경영과 투명경영으로,정부는 신노사문화 기업 우대 등을 통해 노사 상생 분위기를 정착시켜야 할 것임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