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155층 국내 최고 건물..사업비 최대 10조 추산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가 29일 서울 용산역 주변 철도정비창 부지에 최고 620m 높이의 초고층 랜드마크 건물을 짓도록 허용함에 따라 이 일대에 세계 3위 높이의 건물이 들어설 수 있게 됐다.

토지 소유주인 한국철도공사가 29일 서울시의 `5만 평 개발 유보' 방침에 "사업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반발하고 있으나 "서울시와 적극적으로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협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어 이르면 2013년에는 국내 최고층의 랜드마크 건물이 용산에 세워질 전망이다.

◇ 세계 3위 높이..150층 규모될 듯 = 물론 도시.건축공동위를 통과한 `용산 국제업무지구 특별계획구역 변경안'은 심의 안건이 아닌 자문 안건이어서 그 자체로 사업의 정확한 규모나 방향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시 관계자는 "자문 결과는 이 일대 개발계획에 대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서 앞으로 개발 사업자가 이 범위 안에서 개발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도시.건축공동위가 이 일대 랜드마크 건물의 높이를 최저 350∼최고 620m로 정함에 따라 앞으로 이곳엔 620m짜리 랜드마크 건물이 들어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620m의 초고층 랜드마크는 현재 `세계 1위'인 대만의 타이베이 101빌딩(508m.101층)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며,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 내년 완공을 목표로 건축 중인 버즈두바이(830m.160층), 러시아 모스크바에 세워질 `타워 오브 러시아'(649m.125층.2010년 완공 예정)에 이은 `세계 3위' 규모다.

물론 국내에서는 현재 건립이 추진 중인 송도 인천타워(610m.151층)를 제치고 1위가 된다.

현재 국내 최고층 건물은 서울 강남구 도곡동의 타워팰리스(261m.69층)지만 부산 롯데월드(510m.107층), 서울 잠실 제2 롯데월드(555m.112층), 상암동 국제비즈니스센터(580m.130층) 등 한반도의 스카이라인을 바꿔놓을 건축사업이 경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용산구는 당초 랜드마크 건물의 최고 높이로 600m를 제안했으나 뒤늦게 인천타워가 610m로 지어진다는 것을 알고는 615m로 올려줄 것을 시에 수정 건의했고 시가 이를 수용한 셈이다.

시 관계자는 "600m와 620m 사이에 큰 차이가 없고 해당 지역이 남산 등 주변 경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은데다 국제업무지구란 성격을 감안해 이런 높이를 허용했다"고 말했다.

`서울에 국내 최고층 건물이 들어서야 한다'는 서울시민들의 여론도 감안한 결과로도 해석되고 있다.

◇ 남은 과제 = 일단은 "총 13만3천여 평 중 5만 평은 추후에 개발하라"는 서울시와 이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보이고 있는 철도공사간 합의점 도출이 1차적 과제다.

서울시는 "나대지인 이 땅을 평균 용적률 580%로 한꺼번에 개발할 경우 발생할 업무.상업시설 수요를 분산시키고 교통.도로 등에 미칠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5만 평은 개발을 유보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철도공사는 "5만 평 개발을 유보할 경우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사업 전면 재검토가 불가피하다"고 맞서고 있다.

그럼에도 양측 모두 협의의 여지를 남겨둬 조만간 모종의 타협점을 찾을 가능성은 열려있다.

서울시는 또 철도공사가 이 안을 수용하지 못할 때는 재논의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숙제는 620m짜리 초고층 랜드마크를 건설할 민간사업자를 찾는 일이다.

초고층 건물은 구조적으로 일반 건물에 비해 건축비가 비싼 점을 감안할 때 사업비가 최대 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철도공사는 추산하고 있다.

웬만한 우량기업의 연간 매출에 맞먹는 `매머드급' 사업인 셈이다.

이처럼 막대한 사업비가 들어가는 만큼 건설업계에서는 몇몇 대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620m짜리 랜드마크 건물을 짓는 방안을 모색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교통 대책도 만만치 않은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금까지 거의 빈 땅이나 다름없던 곳에 초고층 건물들이 들어설 경우 교통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교통영향평가를 거쳐 강변북로에서 용산 국제업무지구로 바로 드나들 수 있도록 도로구조를 개편하거나 이 일대 광역 교통체계를 전면 개편하는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