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베리아에 '러시아판 실리콘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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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토의 땅 시베리아의 최대 도시 노보시비르스크가 차세대 실리콘 밸리로 부상하고 있다고 미국 경제 전문 포천이 보도했다. 포천 최신호(4월2일자)는 풍부한 기술 인력을 보유하고 있는 노보시비르스크(새로운 시베리아란 뜻)가 IBM이나 인텔 등 세계적 기업을 유치하면서 급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잡지에 따르면 노보시비르스크의 연구 단지인 아카뎀고로도크에 입주하는 기업들이 매년 15%씩 늘어나고 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석유나 가스 등 천연 자원에만 의존한 경제 성장이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산업 육성이 필요하다며 이 지역에 연구시설 추가 건립 등 수억 달러의 지원을 약속했다.
다국적 기업들도 시베리아 진출로 성과를 얻고 있다.
IBM은 러시아 업체인 노보소프트와 합작 법인을 설립,서버용 소프트웨어 제품을 개발했는데 현재 전 세계에 1만개 이상의 기업 고객을 확보했다.
IBM과 노보소프트는 또 액스모(Axmor)란 회사를 분사시켰는데 이 회사는 구글과 함께 인터넷 지도를 활용한 응용 소프트웨어를 개발,상당한 성과를 냈다.
액스모는 또 미국의 유명 토크쇼 진행자인 오프라 윈프리가 창업한 미디어 회사 하포 프로덕션스와 손잡고 인터넷 포털 사업을 시작했다.
인텔은 아카뎀고로도크에 연구소를 세우고 200명의 현지 프로그래머를 고용해 마이크로 프로세서 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에너지 서비스 업체인 슐룸베르거도 이 지역 부동산을 매입해 연구개발 센터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포천은 러시아에서 연 20만명의 과학기술 전문가가 배출되고 있는데 이는 11억 인구를 보유한 인도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풍부한 전문 인력을 바탕으로 러시아는 연 18억달러의 소프트웨어를 수출하고 있으며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계 3위의 소프트웨어 아웃소싱 기지로 부상했다.
아카뎀고로도크는 러시아 최고 과학자들이 조용한 곳에서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1963년 조성된 단지로 원래 순수 기초과학 연구가 이뤄졌으나 소련 붕괴 후 많은 기업들이 들어오면서 미국 실리콘 밸리와 유사한 산학 클러스터(집적 시설)로 변하고 있다.
특히 시베리아 물가는 선진국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데다 기초 과학이 발달해 있어 연구원들의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가다.
인텔 러시아의 스티브 체이스 사장은 "복잡한 문제가 있으면 미국에 보내고,매우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인도에 보내지만,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가 있으면 러시아에 보내라는 말이 회사 내에서 회자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회사에 야간 투시경 장비를 판매하고 있는 SPEI의 블라디미르 악시노프 이사는 "이곳의 날씨가 너무 추워서 일밖에는 할 게 없다"고 말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