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조원대로 성장한 전자상거래 시장의 최대 수혜자는 에누리닷컴,네이버 지식쇼핑 등 가격비교 사이트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쇼핑몰들이 서로 최저 가격에 올리려 쿠폰 남발 등 출혈 경쟁에 시달리는 사이 가격비교 사이트들은 상품 정보를 올려주는 대가로 쇼핑몰로부터 매출의 2%를 수수료로 챙기는 등 손쉽게 돈을 벌고 있다는 것.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정보를 얻은 뒤 해당 쇼핑몰로 이동하는 식의 쇼핑 경로가 대세가 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온라인 몰들은 출혈 경쟁

실적이 이를 잘 말해준다.

1998년 첫 영업을 시작한 에누리닷컴은 지난해 5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2000년 이래 6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전년 대비 성장률은 76%.'지식쇼핑'이란 이름으로 가격비교 시장에 뛰어든 네이버 역시 2001년 서비스 시작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반면 온라인 쇼핑몰들의 성적은 초라하기만 하다.

'잘 나간다고 소문난' 오픈마켓(온라인 장터) 선두 주자인 G마켓조차 2005년에야 처음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그해 G마켓이 거둔 영업이익은 35억원.에누리닷컴(29억원)과 비교해 별 차이가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06년을 기준으로 에누리닷컴보다 영업이익이 많은 쇼핑몰은 옥션,G마켓,롯데닷컴 정도뿐"이라며 "대부분 쇼핑몰들이 적자를 면치 못했다"고 말했다.

가격비교를 매개로 한 쇼핑 경로가 굳어진 게 이 같은 현상을 초래한 주요 요인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닷컴이나 GS이숍과 같은 종합 쇼핑몰은 40%가량,옥션과 G마켓 등 오픈마켓은 전체 고객의 70%가량이 가격비교 사이트로부터 추천을 받아 찾아온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전자상거래 규모가 커지는 것에 더해 온라인 쇼핑몰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도 가격비교 사이트에는 호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쇼핑몰들은 가격비교 사이트에 올린 상품이 팔릴 때마다 매출의 2%를 수수료로 지급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일정액의 선급금을 주기도 한다"며 "가격비교 사이트만큼 손쉽게 돈을 버는 곳도 없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에누리닷컴과 G마켓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이 각각 54.8%,9.2%라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게다가 쇼핑몰들은 최저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출혈 할인의 함정에 빠지기도 한다.

'밑 빠진 독'인 줄 알면서도 물을 계속 부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양날의 칼,가격비교 사이트

소비자에게 가격비교 사이트의 호황은 양날의 칼과 같다.

이광신 에누리닷컴 이사는 "소비자들이 보기 편하도록 수많은 상품 정보를 가공하는 게 우리의 일"이라며 "소비자로서는 정보의 바다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손쉽게 얻을 수 있는 도구를 갖게 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격비교의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일명 '낚시질(피싱)'이라고 불리는 마케팅이 대표적이다.

거짓 가격 정보를 가격비교 사이트에 넘긴 다음,막상 이를 통해 고객이 찾아오면 해당 상품이 매진됐다고 둘러댄 뒤 다른 상품으로 유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것.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가격비교 사이트를 조사하겠다고 칼을 뽑아든 것도 가격비교 사이트들이 확인에 소홀했다는 판단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쇼핑몰들이 부담하는 2%의 수수료는 어떤 방식으로든 상품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