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뒷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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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는 알고 있다/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그러나 지난 밤 꿈속에서/이 친구들이 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강한 자는 살아 남는다"/그러자 나는 자신이 미워졌다.' 독일 시인 베르톨트 브레히트의 1944년 작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다.
영화 '황산벌'의 대사로 세상에 널리 퍼진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김유신)이란 말은 바로 이 시(詩)에서 비롯된 것이다. 유행어란 한번 돋아나면 가지를 치게 마련이어서 더러는 '강한 자가 이기는(끝까지 가는) 게 아니라 이기는 자가 강한 것'이라고 한다.
마지막까지 견디고 버팀으로써 최후의 승리를 거머쥐게 만드는 힘은 다름아닌 '뒷심'이다. 한국 축구의 고질병으로 흔히 '뒷심 부족과 문전처리 미숙'을 들지만 뒷심이 달려 고전하는 게 축구뿐이랴. 어느 부문에서든 반짝이는 재능(실력)으로 촉망받던 이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초반 기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수가 흔하다.
뒷심은 튼튼한 체력과 무서운 훈련,고도의 테크닉과 승부근성이 합쳐져야 나온다. '실현되지 않는 아이디어는 망상일 뿐'이라고 하거니와 훌륭한 기술,뛰어난 콘텐츠,탁월한 경영,빼어난 디자인은 단단한 기본지식과 끊임없는 노력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지 우연이나 운(運)에 의해 생기지 않는다.
박태환 선수가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제12회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놀라운 뒷심으로 앞서 있던 외국선수들을 따라잡아 한국 수영 사상 처음 세계무대를 제패하는 쾌거를 이뤘다. 박 선수의 뒷심은 엄청난 폐활량에 근거한다지만 그것만으로 그런 힘이 나올 리 만무하다.
그는 열정과 투지를 갖춘 데다 스승의 가르침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고 한다. 진짜 '스타'가 어떻게 탄생되고 유지되는지,막판 뒤집기를 해내는 뒷심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모쪼록 남은 경기에서도 우승,삶에 지쳐 쓰러지려는 사람들에게 다시 걸어갈 수 있는 뒷심을 실어줬으면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영화 '황산벌'의 대사로 세상에 널리 퍼진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김유신)이란 말은 바로 이 시(詩)에서 비롯된 것이다. 유행어란 한번 돋아나면 가지를 치게 마련이어서 더러는 '강한 자가 이기는(끝까지 가는) 게 아니라 이기는 자가 강한 것'이라고 한다.
마지막까지 견디고 버팀으로써 최후의 승리를 거머쥐게 만드는 힘은 다름아닌 '뒷심'이다. 한국 축구의 고질병으로 흔히 '뒷심 부족과 문전처리 미숙'을 들지만 뒷심이 달려 고전하는 게 축구뿐이랴. 어느 부문에서든 반짝이는 재능(실력)으로 촉망받던 이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초반 기세를 유지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수가 흔하다.
뒷심은 튼튼한 체력과 무서운 훈련,고도의 테크닉과 승부근성이 합쳐져야 나온다. '실현되지 않는 아이디어는 망상일 뿐'이라고 하거니와 훌륭한 기술,뛰어난 콘텐츠,탁월한 경영,빼어난 디자인은 단단한 기본지식과 끊임없는 노력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지 우연이나 운(運)에 의해 생기지 않는다.
박태환 선수가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제12회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놀라운 뒷심으로 앞서 있던 외국선수들을 따라잡아 한국 수영 사상 처음 세계무대를 제패하는 쾌거를 이뤘다. 박 선수의 뒷심은 엄청난 폐활량에 근거한다지만 그것만으로 그런 힘이 나올 리 만무하다.
그는 열정과 투지를 갖춘 데다 스승의 가르침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인다고 한다. 진짜 '스타'가 어떻게 탄생되고 유지되는지,막판 뒤집기를 해내는 뒷심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모쪼록 남은 경기에서도 우승,삶에 지쳐 쓰러지려는 사람들에게 다시 걸어갈 수 있는 뒷심을 실어줬으면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