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 모멘텀 상실하지 말아야"

"웃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화낼 수도 없고.."

당초 21일 오전 중으로 매듭질 것으로 알려진 방코델타아시아(BDA)의 '북한 자금' 송금절차가 지연되면서 제6차 6자회담이 이날 오후가 되도록 파행을 거듭하자 회담장 주변이 소란해지고 있다.

'2천500만달러의 이체가 확인돼야 본격 협상에 나서겠다'는 북한을 향한 비난이 나오는 가운데 "김계관 부상 등 북한 대표단은 평양의 훈령에 따라 움직이는 실무자들"이라는 동정론도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협상이 지연되면서 일부 국가 대표단이 '오늘 중 베이징을 철수한다'는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난무하면서 현지 분위기는 갈수록 어수선해지고 있다.

금융실무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사회주의 중국의 금융관행을 이해하면 이번 해프닝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외환거래가 까다로운 중국(마카오 포함)에서 큰 액수의 달러를 송금하기 위해서는 미국 등 다른 나라의 계좌를 거쳐야 하는 점 등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송금 지연이 6자회담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고 이 소식통은 강조했다.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이날 세인트레지스 호텔에서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오찬을 함께한 뒤 기자들과 만나 "모든 나라들이 북한이 원하는 계좌에 돈을 보내주길 원하지만 그렇게 될 수 없는 사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천 본부장은 "돈이 보내지지 않는 한 북한을 협상장에 끌어낼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은 없다"면서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고 말했다.

결국 '2천500만달러를 손에 쥐어야' 협상에 나설 수 있는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처지를 생각할 때 더이상 협상이 진전되지 못할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일각에서는 "이번 해프닝을 기화로 미국내 강경파들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이 있다"는 경계론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이 달러위조나 대량살상무기(WMD) 거래에 연루된 혐의를 받아온 일부 'BDA의 북한계좌'까지도 큰 맥락에서 '정치적으로 해결한다'는 원칙아래 '전액 반환'의 결단을 내린 상황에서 어찌보면 사소한 절차문제를 놓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북한이 미 강경파들의 재부상을 돕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대북협상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외부 세계의 관행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북한의 특성을 이해해 가급적 이번 사태의 파장을 줄여야 한다"면서 "북한측도 보다 개선된 사회를 지향하려면 폐쇄적 관행을 버리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회담장 안팎에서는 의장국 중국이 이번 회담을 이날 중단한 뒤 며칠 뒤 다시 회담을 재개할 경우 이를 제6차 2단계 회의로 불러야 옳은 지, 아니면 그대로 1단계 회의로 규정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설왕설래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