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나 뉴욕보다 서울이 비싸네요."

최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컴퓨터과학자대회에 참석한 브라질 출신의 컴퓨터 공학박사 안젤로 브레이너씨가 대회장의 높은 무선인터넷 사용 요금을 두고 한 말이다. 그의 말은 최근 영국 주간지의 세계 주요 도시 물가비교 조사에서 서울이 11위에 랭크된 반면 서비스 만족도는 89위에 머물렀다는 보도 내용을 실감나게 했다.

발표 논문의 높은 수준과 참석 과학자들의 열띤 토론 등으로 국제행사는 성공적으로 치러졌지만 이를 뒷받침하는 컨벤션 인프라는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 IT 강국이라는 한국의 대표적 컨벤션센터인 코엑스 홀이 책정한 무선인터넷 사용료부터 '배짱장사'의 표본이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코엑스 컨퍼런스 홀의 무선인터넷 사용료는 대당 약 2만5000원. 1시간을 쓰든 하루를 쓰든 사용 시간에 상관없이 이 값을 받는 코엑스 측의 고압적인 영업에 세계 각지에서 온 컴퓨터 과학자들은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랜선을 이용한 인터넷 사용료도 회의장에서 컴퓨터 한 대를 설치할 때마다 대당 7만원씩을 요구했다.

이 사실을 모르고 대회 첫날 수십명의 참가자들이 자신의 노트북을 그냥 들고 들어와 인터넷 연결을 해 달라고 아우성을 치는 바람에 대회를 유치한 서울대 측은 진땀을 뺐다. 그뿐 아니었다. 참석자들은 행사장에 개인 생수 반입을 막은 것은 이해를 했지만 코엑스 측이 제공하는 생수값이 한 병에 4000원이나 하는 데는 경악했다.

만찬 식탁에 오른 소주 값은 1만2000원. 한국 소주의 시장가격이 3000원이라는 사실을 아는 한 지한파 외국인은 "어느 나라든 호텔 술값은 비싸지만 한국은 정도가 심하다"고 꼬집었다.

한 재미 과학자는 "세계 주요 도시를 순회하면서 학회를 열고 있기 때문에 외국의 호텔이나 컨벤션센터들과 선명하게 비교가 된다"면서 "서울이 자랑하는 코엑스에서 제공하는 가격 대비 서비스 품질이 이 지경이라면 서울의 글로벌 경쟁력은 공염불"이라고 꼬집었다. 국내 주최 측의 한 교수는 "외국인들에게 '서울은 비싸기만 하고 서비스는 형편없는 도시'라는 이미지를 심어주지 않았는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