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유 맡아줄테니 불능화 속도높여라'
저장시설로 중국.한국 등 거론


북핵 6자회담에서 거론되고 있는 `중유예치제도'는 한마디로 북한이 핵폐기를 이행함으로써 받게될 중유를 자체의 열악한 저장시설을 감안해 대신 보관해주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지난 15일 열린 경제.에너지실무회의에서 한 달에 저장할 수 있는 중유량이 5만t 정도라고 밝혔듯 핵폐기 과정을 빠르게 이행하더라도 북한이 지원받을 수 있는 양은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2.13합의'에 따르면 북한이 핵시설 폐쇄 및 봉인, 국제원자력기구(IAEA) 인원 초청 등 초기단계를 이행하면 중유 5만t이 지원되고 핵프로그램 신고 및 핵시설 불능화까지 이행하는 과정에 중유 95만t에 상당하는 경제.인도적 지원이 추가로 제공된다.

물론 북한이 중유 외에 쌀이나 의약품 등 다른 품목으로 지원받을 수 있지만 북한이 가장 필요로 하는 품목은 중유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북한의 `2.13합의' 이행 의지를 북돋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중유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인 셈이다.

실제 북한은 저장 용량을 초과하는 상당량의 중유를 단시간 내 지원받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한국과 미국 등은 영변 핵시설을 동결한 뒤 곧바로 불능화에 착수하는 방침을 추진하고 있어 북한이 이를 받아들인다면 단기간에 수십만 t의 중유가 지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중유예치제도'는 이 같은 제안을 북한이 수용하도록 하기 위한 아이디어인 셈이다.

외교 소식통은 "`2.13합의'의 특징인 성과급제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북한이 합의를 이행하는 속도에 맞춰 경제.에너지 지원도 많아져야 한다"면서 "`중유예치제도'도 이런 고민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중유 저장장소는 북한이 지정하는 곳으로 하고 북한 소유임도 분명히 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유 예치장소로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우선 거론되는데 6자회담 의장국이자 북한이 가장 신뢰하는 국가로 볼 수 있는 중국이 보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 단둥(丹東)은 북한으로서도 접근성 면에서 매력을 느낄만 하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예치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국은 전국 9곳에 총 1억2천100만 배럴의 석유를 저장할 수 있는 비축기지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 중 중유 저장 시설은 경기도 구리와 용인, 강원도 동해, 전남 곡성 등 4곳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석유공사는 특히 현재도 노르웨이나 알제리의 석유를 대신 저장해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이정진 기자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