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泳根 < 한국항공대 교수·항공우주공학 / 한국과학재단 우주전문위원 >

얼마전 일본에서 한국을 포함해 미 항공우주국,유럽우주기구 등 14개국의 국가우주기관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달기지 건설을 위한 국제협력 회의가 있었다. 마침 올해는 러시아(옛 소련)가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한 지 만 50주년이 되는 의미 있는 해이기도 하다. 우주개발 초기에는 미국과 러시아가 국가위상 제고(提高)를 위해 경쟁적으로 위성과 로켓을 발사했다. 1960~70년대에는 지구 주위의 행성을 탐사하기 위한 우주탐사가 우주개발의 주축을 이루었다. 미국과 러시아가 과학기술과 국가위상의 우위를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인 셈이다. 결국 1969년 미국이 먼저 아폴로 유인우주선을 이용해 달에 인간을 보내 지구로 귀환하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미국은 성공적인 유인 달 탐사를 통해 우주개발에서 러시아에 승리를 거두는 전환점을 만든 것이다.

최근에 미 항공우주국은 2024년까지 달에 인간이 상주하는 영구기지를 건설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과연 유인 달 탐사를 한 지 40여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왜 미국은 다시 달에 가고 영구 유인기지를 건설하려는 걸까.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해 무엇을 얻을까. 기술적 어려움과 높은 위험성을 차치하고라도 의문은 많다. 물론 달 기지 건설은 인류에게 무한한 에너지 공급원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달 기지는 화성과 그 너머의 행성을 탐사할 수 있는 중간기지 역할을 할 것이다.

350km 고도(高度)의 우주에 건설하는 국제우주정거장은 과학기술분야에서 국제협력으로 개발하는 세계 최대의 프로젝트다. 1984년부터 계획해 현재 반쯤 완성했다. 그러나 우주정거장의 부품을 운송하는 우주왕복선의 계속되는 이상으로 2010년의 완성 계획도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 초기 예상과는 달리 투자액도 천문학적인 비용으로 치솟고 있다. 따라서 현재는 러시아를 비롯해 16개국을 우주정거장 사업에 끌어들여 국제협력사업으로 건설 중에 있다.

달 탐사 및 기지 건설에는 보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달 기지 건설,탐사비용 및 각종 첨단장비 개발에 우리 돈으로 1000조원에 가까운 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아무리 재력(財力)이 뛰어난 미국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달 기지 건설 사업을 단독으로 수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결국 미국은 우주개발에 열정이 있고 국가 경제력이 튼튼한 우주선진국에 달 기지 공동 건설이라는 카드를 내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러한 달 기지 건설에 참여할 필요가 있을까. 만일 참여한다면 득과 실은 무엇인지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우리나라의 우주개발 현황을 간단히 살펴보자.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은 15년 정도의 짧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기술적,재정적 측면에서 국가의 전략적 수요에 따른 지구궤도 위성과 기술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왔다. 행성탐사를 위한 우주개발은 아직 모든 면에서 준비돼 있지 않다는 의미다. 아직은 기술과 재정 측면에서 우주탐사 참여는 시기상조(時機尙早)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선진국의 경우에는 이러한 지구궤도의 위성개발보다는 우주탐사에 초점을 맞춰 우주개발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이제 어느 정도 우주개발 기반을 확립하고 있는 과정 중에 있다. 따라서 세계적인 우주탐사의 추세를 이해하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소한도의 참여를 통해 국익을 확보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유인 및 무인 우주탐사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고 우리가 확보하지 못한 첨단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주선진국과 국제협력을 통해 추진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우리로서는 이러한 우주탐사 국제협력 사업에의 참여를 통해 첨단 유인 우주기술을 확보하고 성공적인 탐사 시에 거둘 수 있는 이익의 배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내년에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이 탄생하는 상황에서 우주인 배출 이후의 우주탐사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