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정보기술과 바이오기술 분야의 융합연구 등을 수행할 최첨단 연구소 설립에 필요한 투자비를 시장에서 직접 조달하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국내 은행으로부터 장기저리로 돈을 빌린 다음 기술료와 기부금 등 자체 수입으로 이를 갚는 방식을 국내 대학에서 처음 도입(導入)한 것이다.

일본의 도쿄대가 특수법인으로 전환한 후 새로 도입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는 모델을 그대로 채택(採擇)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특히 정부가 서울대 등 국립대학을 특수법인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립대학법인의 설립 운영에 관한 특별법'을 어제 입법예고한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국·공립대학들은 대부분 정부의 특수법인화 추진에 반대하고 있다. 물론 법인화에 따른 지나친 경쟁논리로 인해 기초학문분야 연구가 부실해지고,재정 지원의 단계적인 축소로 등록금 인상과 교직원 신분 불안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국·공립대 운영이 이대로는 안된다는 점이다. 취약한 재정에 난립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어 한마디로 경쟁력을 갖추기가 어렵다.

예컨대 일본이 2004년에 89개 국립대학을 법인으로 전환한 후 세계 순위가 껑충 뛰고 대학조직 운영 또한 선진화됐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따라서 우리 실정에 적합한 법인화 모델을 만들고 이를 단계적으로 전국의 대학에 적용해 나가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예산 및 인사권 등과 관련한 갖가지 간섭과 규제부터 과감히 털어냄으로써 대학의 자율권을 보장해 줘야 한다. KAIST의 실험에 주목(注目)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