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는 맨손으로 밑바닥부터 시작한 자수성가형.'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8일 발표한 순자산 기준 10억달러(약 9400억원) 이상의 재산을 갖고 있는 전 세계 억만장자 946명을 분석한 결과다.

◆숫자 늘고 나이는 젊어져

올해 포브스 조사에 나타난 세계 억만장자들의 특징은 작년보다 숫자가 늘고 나이는 젊어졌다는 점. 올해 억만장자는 작년의 793명보다 19%,153명 늘었다.

전 세계적으로 증시와 부동산,상품가격이 급등,재산가가 늘어난 것. 억만장자들의 재산 합계도 3조5000억달러(약 3290조원)로 지난해의 2조6000억달러에 비해 35%나 불었다.

이에 따라 억만장자 한 명의 평균 재산은 36억달러(약 3조4000억원)에 달했다.

전체의 3분의 2가 재산이 증가했고 줄어든 사람은 랭킹에서 빠진 32명을 포함,17%에 불과했다.

평균 연령은 62세로 작년보다 두 살 젊어졌다.

올해 새롭게 억만장자 반열에 오른 178명의 평균 나이는 55세였다. 소년 시절 성냥과 연필 등을 팔기도 했던 이케아 창업자 잉그바르 캄프라드,18살 때 꿀 사업에 뛰어들었던 스페인의 부동산재벌 엔리케 바누엘로스,건설과 금융업으로 75억달러의 재산을 일군 사우디 아라비아의 만 알 사네아 등 전체 억만장자의 60%가 자수성가형이다.

57억달러의 재산가인 러시아의 드미트리 품피얀스키도 철강 관련제품 세일즈맨에서 출발해 TMK라는 러시아 파이프 업체 최고경영자 겸 오너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러시아 인도 등의 억만장자 급증
[세계의 억만장자] 글로벌 갑부 60%는 '자수성가'


억만장자의 국가별 분포는 미국이 신규 진입자 55명을 포함, 415명으로 단연 1위를 지켰다.

2위는 55명의 억만장자를 보유한 독일이었고 3위는 53명의 러시아였다.

젊은 부자가 급증한 러시아 억만장자들의 총재산은 2820억달러로 독일보다 370억달러 많았다.

아시아에서는 인도의 약진이 눈부셨다.

인도는 20년 동안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부자들을 거느렸던 일본을 제치고 36명(총재산 1910억달러)이 랭크돼 24명(총재산 640억달러)에 그친 일본을 따돌렸다.

인도는 특히 5위를 차지한 미탈스틸의 락시미 미탈 회장과 14위에 오른 무케시 암바니,18위의 아닐 암바니 형제 등 20위 내에 3명이나 포함돼 이 부분에서 5명을 포함시킨 미국의 뒤를 이었다.

신규로 억만장자에 진입한 178명 중에는 러시아 19명,인도 14명,중국 13명,스페인 10명 등이 포함됐다.

한국에서는 이건희 삼성 회장(29억달러·314위)을 필두로 정몽구 현대차 회장 등 10명이 억만장자의 명단에 들었다.

◆부동의 1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은 지난해보다 12% 늘어난 총 560억달러(약 52조6000억원)의 재산을 보유,13년 연속 1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켰다.

이어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벅셔 해서웨이 회장이 520억달러로 뒤를 이었다.

멕시코의 통신업체 텔맥스의 회장인 카를로스 슬림은 1년간 재산을 무려 190억달러나 불리며 일약 세계 3위의 부자 반열에 올랐다.

그의 재산은 490억달러로 2위인 워런 버핏을 30억달러 차이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아시아 사람 중에는 홍콩 청쿵그룹의 리카싱 회장이 230억달러(약 21조6000억원)의 재산으로 세계 9위,아시아 두번째 갑부의 자리에 올랐다.

중국 주룽제지의 청얀 회장은 24억달러로 세계 390위,중국 1위를 기록했다. 부동산 재벌로 1987년 세계 최고 갑부에 올랐던 일본 고쿠도사의 쓰쓰미 요시아키 전 회장은 올해 명단에서 빠지는 수모를 당했다.

쓰쓰미는 재무보고서 위조와 내부자 거래 등으로 2005년 10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화제의 인물

여성 중에는 월마트 창업주의 딸인 크리스티 월튼과 그 가족이 167억달러의 재산으로 24위를 기록, 여성 최고 부자에 기록됐다.

피델리티 자산운용회사의 상속녀인 애비게일 존슨(130억달러ㆍ42위),스페인 건설업체 재벌인 코플로위츠 가문의 에스테르ㆍ알리시아 자매(각각 56억달러ㆍ137위,50억달러ㆍ158위),토크쇼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15억달러ㆍ664위),영국 소설가 JK 롤링(10억달러ㆍ891위) 등도 여성 갑부로 이름을 올렸다.

최연소 억만장자는 23세의 독일 알베르트2세 왕자. 1991년 8살의 나이로 처음 억만장자 대열에 든 그는 올해도 최연소 기록을 유지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