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9일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이 개헌 문제에 대한 정치권의 명확한 입장을 요구하며 압박에 나선 것과 관련, "개헌안 발의(계획)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반격했다.

김형오(金炯旿) 원내대표는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개헌은 차기정부에서 18대 국회가 해야 할 몫"이라며 "대통령은 국민 여론 및 한나라당 등 각 정당의 입장을 잘 살펴 보고 지금이라도 당장 개헌안 발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이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끝내 개헌안을 발의한다면 다음 국회는 민생 대 개헌의 대결장이 될 것"이라며 "열린우리당이 `개헌 불지피기'에만 몰두하고 국회를 `개헌판'으로 날밤 새게 만든다면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 "노 대통령이 안될 게 뻔한 개헌안을 가져오면 당연히 부결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재철(沈在哲) 홍보기획본부장은 "3월말 발의해서 4월 임시국회에서 논란을 일으킨 뒤 6월 6.10항쟁과 6.15공동선언 기념행사를 통해 (개헌논의를) 연장시키려는 정치적 술수로 보인다"며 "지방별 개헌추진본부를 만들어 온갖 동원정치를 자행할 것 같아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나경원(羅卿瑗)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을지문덕 장군의 '여수장우중문시(與隋將于仲文詩)'의 제목만 '여수장노무현시(與首將盧武鉉詩)'로 바꾼 한시를 낭독하며 개헌안 발의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여수장우중문시'는 을지문덕 장군이 고구려를 침공해온 수나라 장수 우중문을 '전략이 뛰어나고 승전의 공이 큰 인물'로 평가하면서도 "이제 만족함을 알고 (침공을) 그만 두라'는 결구를 통해 상대를 조롱하는 내용을 담았다.

(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