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어제 기자회견을 통해 '대통령 연임제' 개헌 추진을 거듭 확인했다.

정부 '헌법개정추진지원단'의 개헌 시안 발표에 즈음한 것이다.

시안의 골자(骨子)는 대통령 임기를 5년에서 4년으로 줄이고,1차에 한해 연임할 수 있도록 하며,국회의원의 임기주기와 일치시키는 것으로 연초 대통령이 제안했던 그대로다.

정부는 단일화된 시안을 이달 말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노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의 임기단축을 전제로 각 정당이 대국민공약으로 개헌을 약속한다면 개헌안 발의를 유보(留保)할 수 있다고 했지만 이는 납득하기 어렵다.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개헌은 현직 대통령이 다음 대선 후보들에게 조건을 달 사안도 아니고,공약은 국민이 평가할 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제 정국이 본격적인 개헌논란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됐다는 점이다.

솔직히 우리는 대통령 연임제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

현행 5년 단임제로는 국정의 연속성이 떨어지고 중장기 국가전략과제의 일관된 실천이 차질을 빚는 등 폐단이 한두 가지가 아닌 까닭이다.

이번 개헌 시안에 대통령 궐위시 대통령을 새로 뽑거나 국무총리가 권한을 대행하는 방안이 제시됐지만,그보다는 부통령이 직무를 승계하는 제도 도입이 더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지금이 개헌 추진에 적절한 상황인지 의문스럽고,국민 다수가 이 시점의 개헌에 반대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대통령의 임기말인 데다가 이미 대선 정국에 돌입한 정치권이 극도로 혼란스런 마당에 개헌논란이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론분열만 더욱 심화되면서 민생은 실종되고 말 것이 불보듯 뻔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지금은 개헌에 매달릴 게 아니라 경제살리기가 더 급하다는 얘기다.

우리 경제는 생산 소비가 모두 부진한 가운데 성장을 견인(牽引)해 갈 투자는 전혀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국제금융시장마저 혼돈스런 양상을 보이면서 경제 기반을 교란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저성장의 늪을 헤쳐 나오기는커녕 영영 경제회복의 기회를 놓치지 않을까 우려된다.

더 이상 소모적 논란에 파묻힐 겨를이 없다.

개헌보다 민생을 살리고 기업활력을 되찾는 방안 마련에 골몰해야 한다.

그것이 1년도 남지 않은 대통령 임기를 제대로 마무리하는 바람직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