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분간 조정 불가피.."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

중국발 글로벌증시의 동반 폭락 현상이 국내 증시를 강타했다.

28일 오전 9시52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7.63포인트(3.27%) 하락한 1,406.97을 나타내고 있다.

개장 초 1,400선이 붕괴되기도 했으나 개인투자자의 매수에 힘입어 외국인투자자들이 내놓은 차익실현 매물이 일부 소화되면서 가까스로 1,400선이 유지되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개장 초 580선대로 밀렸다가 다소 낙폭을 만회해 전날보다 17.19포인트(2.81%) 하락한 594.33을 기록 중이다.

◇중국發 직격탄에 세계증시 폭락.."中 긴축우려.차익실현 압력고조 때문" = 중국 증시의 급락 여파로 투자자들의 투매 현상이 빚어지면서 국내 증시가 4% 가까운 급락세를 연출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글로벌 증시가 동반 급락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47분 현재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전날보다 557.97포인트(3.08%) 하락한 17,561.95를 기록 중이며 토픽스지수는 1,744.83로 66.50포인트(3.67%) 하락 중이다.

이미 전날 뉴욕 증시도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 등 3대 지수가 일제히 3% 이상 하락하는 급락세를 보였으며 유럽 증시 역시 광산주 중심으로 동반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글로벌 증시가 동반 급락한 것은 앨런 그린스펀 전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경기 침체 가능성 발언이 미국 경기의 연착륙 기대감을 크게 훼손한데다 내달 5일 중국의 전국인민대표자회의(전인대)를 앞두고 저우샤오촨(周小川) 중국 인민은행 총재의 위안화 절상 및 금리인상 가능 발언이 다소 과장돼 부각된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더구나 글로벌 증시 하락의 빌미가 된 중국 증시의 경우 중국 상하이 A시장이 최근 1년간 114%나 급등한 가운데 작년 12월 이후 최근 3개월간 36% 오르면서 과열 논란이 거세졌고 이 과정에서 차익실현 압력도 커졌다.

여기에 증시 과열의 방지책이 발표될 것이라는 시장 내 우려감이 커진데다 새로운 주식형펀드의 발매에 따라 중국 내 투신사들의 대량 펀드 환매가 진행돼 수급이 악화된 점도 중국 증시 급락을 부추긴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요섭 대우증권 연구원은 "전날 중국 증시의 급락은 펀더멘털의 훼손에 의한 것이 아니라, 중국 정부의 추가적인 과잉 유동성 억제책으로 인한 중국 내 주식투자 자금의 위축 가능성과 그 동안 제한됐던 유통화된 비유통주의 매각 가능성이 투자심리를 급속히 냉각시킨 결과"라며 "2004년 전방위적인 긴축으로 인해 발생했던 차이나 쇼크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윤세욱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 이사는 "최근 글로벌증시가 급등한 데 따라 중국발 악재가 매도(조정)의 빌미를 제공한 것"이라며 "특히 중국 증시 하락으로 신흥시장에 대한 우려가 발생해 글로벌 자금이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로 유입된 반면 주식 회피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 "국내증시 당분간 조정 불가피..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 증시전문가들은 이 같은 중국발 악재가 국내 증시에 크게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보지 않고 있으나 당분간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급락이 아닌 단기 조정에 따른 숨고르기 국면에 무게를 뒀다.

천대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추가 긴축 조치가 글로벌 증시에 반드시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중국은 연초 이후 이미 긴축조치를 시행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글로벌증시의 조정 폭은 크지 않았고 오히려 중국 이외 신흥 증시의 상대적 매력이 부각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내 증시가 연초 대비 상승폭이 크지 않다는 점과 외국인 및 연기금 등의 수급 기반이 양호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3월 중에 급락보다는 숨고르기 국면을 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충격으로 인해 중국으로의 자금 쏠림현상이 진정될 가능성이 커진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자금이 중국에서 이탈해 한국과 일본 등 여타 시장으로 흘러들어와 외국인투자자들의 국내 주식 매수가 더 강화될 수 있으며 해외로 빠져나간 국내 자금도 국내 증시로 유턴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그간 국내 증시 자금의 경우만 보더라도 해외 펀드 중에서 중국관련 펀드로의 자금 유입 비중이 전체 해외 펀드의 30%를 웃돌 정도로 과도했다는 지적이 많았다.

박효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원은 "성장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경제적인 급변화는 없었기 때문에 코스피지수는 단기간 2~3%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국 증시가 안정을 찾는다면 3월 초에는 낙폭 진정 후 반등 가능성 높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의 윤 이사는 "코스피지수는 2월 고점인 1,471을 박스권 상단으로 해 추가로 약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우증권 한 연구원은 "중국 증시 급락은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어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글로벌 자산배분 과정 속에서 글로벌 자금의 이동을 본격화시킬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이미 글로벌 자금은 밸류에이션 부담으로 중국 증시의 비중을 줄이고 있는 반면 한국과 일본 등 여타 시장의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며 "국내 증시가 글로벌 자금 배분 과정 속에서 상대적인 수혜를 입으며 이전과 다른 행보를 보일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윤학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미국 시장의 폭락은 선진국 증시의 추세적 하락뿐 아니라 글로벌 경기모멘텀의 약화 가능성을 반영하기 때문에 상당 기간 충격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상당기간 조정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코스피지수의 단기와 중기 지지선으로 각각 1,380선, 1,350선을 제시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