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미국 경제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경제는 적정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인플레이션 압력은 완화되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에 따라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골디락스(goldilocks)경제'에 대한 희망이 부풀고 있다.

일부에선 '버냉키락스(Bernankelocks)'라는 신조어도 만들어냈다.



최근 미국 경제는 견조하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경기 후퇴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작년 4분기 성장률이 3.5%(연율기준)를 기록해 한시름 덜었다.

주택경기가 문제지만 바닥을 친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소비심리도 괜찮은 편이다.

다만 지난주 FRB 간부들이 인플레이션 우려를 표명해 월가에선 '혹시' 다시 금리 인상에 나서는 게 아닐까 걱정했었다.

버냉키 의장은 그러나 낙관적 분석이 맞다고 손을 들어줬다.

14일(현지시간) 상원 금융위원회에 출석,반기 통화정책을 보고하는 자리에서다.

그는 "현재의 통화정책은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촉진시키는 동시에 근원 인플레이션 압력을 완화시키고 있다"는 말로 현 경제에 대한 자신감을 농축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지난 몇 년 동안의 빠른 성장세에서 적정 수준의 성장세로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내년 성장률은 2.5~3.0%를 기록한 뒤 2008년엔 2.75~3.0%로 다소 나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경기 둔화가 부담이지만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은 미치지 않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FRB가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해서도 비교적 낙관적 전망을 나타냈다.

"유가 및 상품가격 하락 등으로 근원 인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최근 지표를 통해 확인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버냉키 의장은 물가상승률이 올해는 2~2.25% 수준으로 하락한 뒤 내년엔 1.75~2.0%로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통제가능범위로 내려올 것이란 전망이다.

그렇지만 FRB의 수장답게 경계론도 잊지 않았다.

"언제 오를지 모르는 에너지 가격과 호조를 보이는 고용사정이 임금 인상으로 이어져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만일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된다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월가에서는 이 발언으로 미뤄 당분간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하기는 힘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