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에서 자녀를 명문 사립 유치원에 보내기 위한 학부모들의 경쟁이 가열되면서 갖가지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2일 보도했다.

저널의 보도에 따르면 런던에서 자녀를 명문 사립 유치원에 보내기 위해서는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입학원서를 내야하는 것은 기본이다.

많은 사립 유치원들이 19세기부터 입학 등록시기를 출생과 동시에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선착순에 따라 입학를 허가하고 있기 때문.
명문 사립학교인 브로드허스트 스쿨의 경우 이미 2010년 입학생들까지 모두 결정이 난 상태이며 대기 명단에 이름을 올린 아이들도 500명에 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이를 출산하러 가기 전에 입학서류를 미리 준비한 뒤 출산을 하자마자 유치원 지원서류를 접수시키는 일이 적어도 런던에서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일부 사립 유치원에서는 입학에 유리하는 이유로 제왕절개 수술을 통해 출산시기 조절을 권유하는 경우도 있으며 일부에서는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입학원서를 접수시키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출산 뒤 곧바로 입학서류를 제출하기 않았거나 외국에서 이주해온 사람, 입학원서를 냈으나 입학허가를 받지 못한 부모들의 행태가 도를 넘어서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6개월 간 하루 2차례씩 자녀 입학을 묻는 전화를 하거나 매주 꽃을 보내는 것은 그나마 얌전한 경우이며 아예 학교에 찾아와 자기 아이에 대한 입학 승인이 나올 때까지 가지 않겠다고 버티다가 경찰에 끌려가는 부모까지 나오고 있다는 것.
물론 런던의 모든 부모들이 유치원 입시경쟁에 나서는 것은 아니다.

사립 여학교인 펨브리지 홀 스쿨의 경우 유치원 과정 1년 수업료가 2만2천280달러. 공립학교는 무상교육인데 반해 명문 사립학교의 일년 수업료는 웬만한 대학수업료에 못지 않아 아무나 사립학교에 아이들을 넣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영국 아동의 90% 이상은 무상으로 제공되는 공립학교에 입학한다.

결국 가진 자들의 과열 입시경쟁이 런던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은행이나 헤지펀드 등 금융업에 종사하는 고수입 전문직과 러시아와 인도, 중동, 홍콩의 부호들이 역외 수입에 대해서는 과세하지 않는 런던으로 몰려들면서 유치원 입시경쟁이 더욱 가열되고 있다는 것이 저널의 전언이다.

(서울=연합뉴스) k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