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성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 사장은 취임 10일 만인 지난달 27일 "1년만 기다려달라.큰 변화가 올 것이다"고 말한 적이 있다.

이학수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의 상가에서 만난 기자들이 "노키아를 따라잡아야죠"라고 물은 데 대한 대답이었다.

세계 3위 삼성과 1위 노키아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4위인 소니에릭슨의 맹추격이 우려스럽다는 보도가 잇따른 시점이었다.

그의 대답은 이런 분위기를 타고 "노키아를 따라잡겠다"는 말로 크게 보도됐다.

보르도TV를 삼성 TV로는 처음으로 세계 1위에 올려놓은 최 사장의 발언인 만큼 반향이 클 수밖에 없었다.

그로부터 보름 남짓 뒤인 11일 최 사장은 스페인 바르셀로나 '3GSM 세계회의'에서 노키아 추격을 재차 역설했다.

"노키아가 삼성의 2~3배 규모인데 전인미답도 아니고,삼성도 그만큼 성장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얘기였다.

그는 "간이 배 밖에 나온 생각"이라고 했으나 "(그렇다고)어려운 일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 사장은 방법도 제시했다.

소비자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기능을 빼 노키아가 선점한 인도 중국 등 신흥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기능 거품'을 없애 시장 상황에 맞는 가격을 제시하는 '제3의 길'을 가겠다는 얘기다.

'프리미엄'에 치중한 나머지 소비자,시장과 상충하는 면이 있었다는 분석에 따른 변화다.

최 사장은 추격 가능 이유로 '이기태 자산론'을 들었다.

"1만명이 넘는 기술개발인력이 있고,전체 디자인 인력 600여명 중 절반이 휴대폰 관련 인력이다.

애니콜 신화의 저력인 기술력과 디자인 능력을 물려받은 만큼 못할 것이 없다"고 했다.

최 사장은 전임자인 이기태 기술총괄 부회장과 다른 전략을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애니콜 신화' 이면에 숨어 있는 삼성의 '노키아 콤플렉스'를 깨는 것이다.

방법은 단 하나,생각을 바꾸는 변화다.

'노키아가 했다면 삼성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

이것이 취임 이후 최 사장이 줄곧 강조한 변화의 핵심이다.

애니콜 신화에 보르도 마케팅을 더하면 노키아를 잡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3년이 걸리든 5년이 걸리든 노키아를 따라잡는 날을 기대해 본다.

고기완 IT부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