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원천봉쇄하자 보신각서 집회 강행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7차 협상이 미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한미FTA저지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가 경찰의 집회 불허 방침에도 불구하고 서울 도심에서 FTA반대 집회를 강행했다.

범국본 소속 400여명은 이날 오후 4시30분께 서울 보신각 앞에서 `한미FTA협상 저지 결의대회'를 열고 "한국측에 이득이 될 것으로 알려진 제조업 분야에서조차 협상이 굴욕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협상 중단을 촉구했다.

이들은 "FTA는 나라의 존망과 직결된 문제로 국민 모두가 그 내용을 속속히 알고 있어야 하는데도 관리 몇 사람이 밀실에서 협상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책임을 국민들이 모두 짊어지게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범국본은 당초 이날 오후 2시까지 종묘공원에 모인 뒤 광화문 열린시민공원까지 삼보일배 행진을 하겠다고 밝혔으나 경찰이 교통소통 방해 등을 우려해 전ㆍ의경 1천여명을 배치해 집결을 원천봉쇄하자 보도를 통해 보신각으로 이동해 행사를 치렀다.

이들은 오후 5시30분께 보신각 결의대회를 마친 후 종각역, 충무로역 등 도심 각지로 흩어져 시민들을 상대로 한미FTA 반대 선전전을 벌였으며 대학생을 중심으로 한 150여명은 오후 6시40분께부터 충무로역에서 기습적으로 도로를 점거해 명동역까지 구호를 외치며 1㎞를 행진했다.

이들중 일부는 명동성당으로 자리를 옮겨 촛불 집회를 가졌다.

이에 앞서 한미FTA저지 여성대책위는 오전 11시 광화문 미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성의 이름으로, 어머니의 이름으로 한미FTA협상 중단을 촉구한다"며 "FTA가 체결되면 줄 것만 많고 얻을 게 없다"고 주장했다.

한미FTA에너지개방반대 전기ㆍ가스공동대책위도 같은 시각 외교통상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일체의 에너지 산업을 개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산자부장관은 대책위 대표단과 면담에 응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경찰은 이날 명동에서 염소와 돼지를 묶어놓고 무를 거리에 쏟는 기습시위를 벌여 차량 통행을 방해한 혐의로 농민단체 회원으로 보이는 정모(32)씨를 붙잡아 조사중이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