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유학 중인 안철수씨가 포스코와 안철수연구소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5일 귀국했다 7일 출국했다.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인 안씨는 7일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직전 의장실에서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한국 사회와 정보보호산업 등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안 의장은 "한국 사회는 지금 변곡점에 서 있다"면서 "앞으로 몇 년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기업가 정신"이라며 "사그러드는 기업가 정신을 다시 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작년 3월 안철수연구소 대표직을 사임하고 홀연히 미국으로 떠났던 안 의장은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 와튼스쿨 EMBA(Executive MBA) 과정에 재학 중이며 학업을 끝내고 내년 4월 이전에 귀국할 예정이다.

그는 "귀국 후에는 대외활동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틀 만에 바로 출국하시나요.

"학생이 수업을 빼먹을 수 있나요.

(웃음) 요즘 학기말 고사가 한창이에요.

마케팅 시험을 치르고 왔는데 다음 주에는 생산관리 시험이 있어요."

-경영을 공부해 보니 어떤가요.

"굉장히 많이 달라졌어요.

전에 몰랐던 것,답답하게 생각했던 것이 공부하면서 환히 밝혀지는 것 같아요.

회사 경영을 10년 동안 했는데 참 주먹구구식으로 했던 것 같아 가슴이 뜨끔합니다.

고객만족도를 90%까지 높이려면 콜센터 인원을 몇 명 둬야 하는 것까지 수치화할 수 있다든지….모든 의사결정 방법이 경영학에 있더라고요.

미리 알았으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을 텐데….의대(서울대 의대) 다닐 때나 V3(컴퓨터 백신) 개발할 때보다 새로운 것을 훨씬 많이 알게 되는 것 같아요."

-"따님과 부인께서는…."

"아내는 스탠퍼드 법대 연구원과 의대 방문 조교수 일을 같이 하고 있어요.

(안 의장의 아내도 의사 출신이다).딸은 지난해 9월 아이비리그 상위 대학 중 하나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았고 오는 9월부터 다닙니다."

-안연구소로 돌아오시나요.

"그게 확률이 가장 낮아요.

기업이나 학생들에게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벤처캐피털 회사를 안연구소의 자회사로 차릴 수도 있고요.

투자자들을 끌어모을 생각은 없어요.

수익률과 결과에 신경을 써야 되니까요.

규모와 결과에 상관없이 조그맣게라도 IT(정보기술)산업에 변화를 가져오거나 '롤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일을 할 것입니다.

안연구소도 소프트웨어 기업의 좋은 모델이니까요."

-안연구소의 펀더멘털에 대해 말이 많습니다.

주가는 작년 초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업계에서는 안연구소의 성장동력이 의문스럽다는 말도 나옵니다.

"기업 펀더멘털,IR(기업설명회) 등에 원인이 있는 것 같아요.

보안시장의 패러다임은 많이 달라졌어요.

바이러스가 보안 위협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 밑으로 떨어졌죠.트로이목마나 피싱 같은 게 대세가 돼 여기에 적응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IR에서는 부족한 게 많았던 것 같아요.

사실 우리 회계 기준은 수주한 매출의 일부만 발생 시점에 반영하고 나머지는 12개월로 나눠 인식하거든요.

매출과 비용 발생 시점을 같이 가져가기 위해서 그렇게 해요.

이렇게 따지면 매출이 실제로는 더 많아요.

이런 걸 제대로 알리지 못했으니….정직하게 일만 하면 시장에서는 알아주지 않더라고요.

(웃음) 물론 이를 극복하고 더 잘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죠."

-안연구소가 뛰어든 UTM(통합위협관리)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라고 하던데….

"UTM 1위 업체의 점유율이 15%가 채 안 되는 것을 보면 이 시장은 경영학적으로도 봐도 충분히 가치가 있죠.당위적으로도 안연구소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고 봐요.

외국계가 다해 버리면 안 되잖아요.

UTM 시장 진출 건은 이사회에서 한 번 부결됐는데 대표이사가 구체적인 로드맵과 비전을 보여줘 승인한 것입니다.

준비 많이 했어요."

-현업에 복귀하실 날을 기대하겠습니다.

내년 4월 귀국한다고 하셨죠.

"더 빨리 돌아올 수도 있어요.

마지막 2학기가 선택 과목인데 이건 조절할 수 있거든요."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