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공부해보니 10년간 주먹구구였더라"...안철수 의장 단독 인터뷰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의장인 안씨는 7일 안철수연구소 이사회 직전 의장실에서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한국 사회와 정보보호산업 등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안 의장은 "한국 사회는 지금 변곡점에 서 있다"면서 "앞으로 몇 년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기업가 정신"이라며 "사그러드는 기업가 정신을 다시 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작년 3월 안철수연구소 대표직을 사임하고 홀연히 미국으로 떠났던 안 의장은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 와튼스쿨 EMBA(Executive MBA) 과정에 재학 중이며 학업을 끝내고 내년 4월 이전에 귀국할 예정이다.
그는 "귀국 후에는 대외활동을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틀 만에 바로 출국하시나요.
"학생이 수업을 빼먹을 수 있나요.
(웃음) 요즘 학기말 고사가 한창이에요.
마케팅 시험을 치르고 왔는데 다음 주에는 생산관리 시험이 있어요."
-경영을 공부해 보니 어떤가요.
"굉장히 많이 달라졌어요.
전에 몰랐던 것,답답하게 생각했던 것이 공부하면서 환히 밝혀지는 것 같아요.
회사 경영을 10년 동안 했는데 참 주먹구구식으로 했던 것 같아 가슴이 뜨끔합니다.
고객만족도를 90%까지 높이려면 콜센터 인원을 몇 명 둬야 하는 것까지 수치화할 수 있다든지….모든 의사결정 방법이 경영학에 있더라고요.
미리 알았으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었을 텐데….의대(서울대 의대) 다닐 때나 V3(컴퓨터 백신) 개발할 때보다 새로운 것을 훨씬 많이 알게 되는 것 같아요."
-"따님과 부인께서는…."
"아내는 스탠퍼드 법대 연구원과 의대 방문 조교수 일을 같이 하고 있어요.
(안 의장의 아내도 의사 출신이다).딸은 지난해 9월 아이비리그 상위 대학 중 하나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았고 오는 9월부터 다닙니다."
-안연구소로 돌아오시나요.
"그게 확률이 가장 낮아요.
기업이나 학생들에게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벤처캐피털 회사를 안연구소의 자회사로 차릴 수도 있고요.
투자자들을 끌어모을 생각은 없어요.
수익률과 결과에 신경을 써야 되니까요.
규모와 결과에 상관없이 조그맣게라도 IT(정보기술)산업에 변화를 가져오거나 '롤 모델'을 만들 수 있는 일을 할 것입니다.
안연구소도 소프트웨어 기업의 좋은 모델이니까요."
-안연구소의 펀더멘털에 대해 말이 많습니다.
주가는 작년 초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업계에서는 안연구소의 성장동력이 의문스럽다는 말도 나옵니다.
"기업 펀더멘털,IR(기업설명회) 등에 원인이 있는 것 같아요.
보안시장의 패러다임은 많이 달라졌어요.
바이러스가 보안 위협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0% 밑으로 떨어졌죠.트로이목마나 피싱 같은 게 대세가 돼 여기에 적응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IR에서는 부족한 게 많았던 것 같아요.
사실 우리 회계 기준은 수주한 매출의 일부만 발생 시점에 반영하고 나머지는 12개월로 나눠 인식하거든요.
매출과 비용 발생 시점을 같이 가져가기 위해서 그렇게 해요.
이렇게 따지면 매출이 실제로는 더 많아요.
이런 걸 제대로 알리지 못했으니….정직하게 일만 하면 시장에서는 알아주지 않더라고요.
(웃음) 물론 이를 극복하고 더 잘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죠."
-안연구소가 뛰어든 UTM(통합위협관리)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라고 하던데….
"UTM 1위 업체의 점유율이 15%가 채 안 되는 것을 보면 이 시장은 경영학적으로도 봐도 충분히 가치가 있죠.당위적으로도 안연구소가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고 봐요.
외국계가 다해 버리면 안 되잖아요.
UTM 시장 진출 건은 이사회에서 한 번 부결됐는데 대표이사가 구체적인 로드맵과 비전을 보여줘 승인한 것입니다.
준비 많이 했어요."
-현업에 복귀하실 날을 기대하겠습니다.
내년 4월 귀국한다고 하셨죠.
"더 빨리 돌아올 수도 있어요.
마지막 2학기가 선택 과목인데 이건 조절할 수 있거든요."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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