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수장을 뽑는 '23대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전'이 5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4일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회장 후보 등록 마감일인 이날까지 고종환 제유조합 이사장(72ㆍ세림현미 대표,이하 가나다순),김기문 시계조합 이사장(52ㆍ로만손 대표),김용구 현 중소기업중앙회장(67·신동 대표),김진태 공예조합연합회장(66ㆍ썬엔터프라이즈 대표),손상규 밸브조합 이사장(63ㆍ국제기연 대표) 등 5명이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은 5일 후보자 등록증을 교부받고 선거일인 28일까지 중앙회 정회원인 538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공식적인 선거 운동을 벌이게 된다.

◆'중소기업 수장,나요 나'

고종환 이사장은 현 중앙회 고문으로 국내 유일의 현미유 제조업체인 세림현미 등 5개 회사를 경영하고 있다.

고 이사장은 "한국 전통의 두레정신을 바탕으로 중소기업과 협동조합의 공동 발전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김기문 이사장은 국내 대표적인 시계 브랜드인 로만손 대표와 개성공단기업협의회 회장으로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는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마인드를 갖춰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 데 역량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김용구 회장은 "재선에 성공한다면 중앙회의 자립 기반을 갖추는 데 힘써 정부나 대기업에 맞서 실질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강한 중앙회'를 완성시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진태 회장은 20여년간 액세서리 업계에 종사한 무역 전문가로 오랜 기간 중앙회 임원을 지냈다.

그는 "중소기업들의 인력난 자금난 판로난을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손상규 이사장은 대선 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친형으로 개혁 성향이 강한 인물.손 이사장은 "중소기업의 4대 보험료를 낮추는 등 중소기업인의 사기를 높이고 권익을 보호하는 대안을 내놓겠다"고 설명했다.

◆공명선거 vs 안개선거

이번 선거는 지난해 7월 말 협동조합법 개정에 따라 기존 선거와는 제도가 확 바뀌었다.

우선 중앙회장 선거 사상 처음으로 중앙선관위에 위탁됐고 유권자인 대의원 수가 지방·사업조합의 정회원 가입 허용으로 기존(약 200명)보다 1.5배가량 늘어났다.

중앙회나 협동조합계에서는 이번 선거가 중앙선관위가 공정한 선거 관리에 나선만큼 과열·혼탁 양상이 빚어지고 선거 후 상당한 후유증을 겪었던 이전 선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바뀐 선거제도가 선거운동을 지나치게 제한함에 따라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의 품성이나 공약 자질 등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채 치러지는 '안개 선거'가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후보자들은 선거 벽보나 공보,합동 연설회 외에는 유권자들에게 얼굴을 알릴 방안이 없다.

유권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거나 전화해서 지지를 부탁하는 것은 위법이다.

중앙회 관계자는 "후보자들이 선관위 감시의 눈을 피해 갖가지 편법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