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아인슈타인의 편지
사신(私信)을 통해 알려지는 아인슈타인의 모습은 각양각색이다. 1986년 큰아들 한스가 내놓은 편지뭉치에 따르면 아인슈타인은 첫 부인 밀레바 마리치와 연애할 때와 헤어질 때 실로 엄청나게 다른 태도를 보인다. 스위스 취리히공대에서 만난 밀레바에게 보낸 첫 연애편지에 그는 이렇게 썼다.
"나처럼 강인하고 부모로부터 독립적인 또 한 사람을 만나게 된 것이 얼마나 기쁜지 당신은 모를 거요. 당신을 생각하지 않고는 이 유감스런 사람들 무리 속에서 더 살고 싶은 생각이 없소." 그는 또 네 살 연상인 밀레바에게 '내 귀여운 병아리'라는 간지러운 호칭을 썼다. 그러나 결혼 후 사이가 벌어지면서 급기야 이런 편지도 보냈다고 돼 있다.
"이혼하고 싶지 않으면 이런 조건을 지키시오. 내 방과 옷을 항상 깨끗하게 정리하고,하루 세 끼 식사를 내 방으로 가져오고,내 물건에 절대 손대지 말고,옆에 앉으라고 하지 말고,함께 외출할 생각도 하지 말고,부르면 즉시 대답하고,어떤 애정도 기대하지 말고…."
이런 결혼이 유지됐다면 이상할 터,1914년 부부는 별거에 들어갔다. 아인슈타인은 베를린대 교수로 남고,밀레바는 두 아들을 데리고 스위스로 떠났다. 아인슈타인이 30대 중반이던 때의 일이다. 세기의 천재 과학자도 박봉에 남과 경쟁까지 해야 하는 봉급쟁이 노릇은 간단하지 않았던 것일까.
의붓딸 마고가 지녔던 편지 중 최근 공개된 것을 보면 초과근무와 주위의 시샘 때문에 죽을 지경이라고 하소연했다고 한다. 멀리 있는 아들에겐 돈을 아껴쓰라는 당부도 한 모양이다. 아인슈타인의 편지는 이 세상 누구도 완벽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하기야 그 자신 이렇게 말했으니. "신 앞에서 우리는 똑같이 현명하고 똑같이 어리석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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