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물, 다른 사람이 움직여도 선수 책임

움직일 수 없는 인공장애물을 선수가 마음대로 치웠다면 벌타를 받는다는 사실은 웬만한 골프팬이라면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인공장애물을 선수가 아닌 다른 사람이 마음대로 움직였다면 어떻게 될까?
이같은 애매한 상황이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열리고 있는 제3회 여자월드컵골프대회에서, 불행하게도 한국 선수들의 플레이 도중에 일어났다.

한국과 파라과이의 2라운드가 시작된 게리 플레이어 골프장 1번홀. 김영(27)의 두번째 샷이 빗나가 왼쪽 러프에 떨어졌고 신지애가 뒤이어 샷을 하려 했으나 작은 광고판이 걸려 스윙을 할 수 없었다.

한국 선수들은 고민 끝에 경기 위원을 불렀지만 경기 위원이 오기도 전에 경기진행요원들이 오더니 광고판을 치워 버렸고 신지애는 세번째 샷을 날렸다.

나중에 온 경기 위원은 상황을 파악한 뒤 움직일 수 없는 인공장애물을 움직인 뒤 샷을 했다는 이유로 한국에 2벌타를 줬다.

한국 선수들은 "우리가 장애물을 치운 것도 아닌 데 왜 벌타를 받아야 하느냐"며 항의했지만 대회조직위원회는 받아 들이지 않았다.

앤디 로트 유럽여자골프투어(LET) 경기위원장은 "한국 선수들이 두가지 실수를 범했기 때문에 벌타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첫째는 한국 선수들이 움직일 수 있는 장애물인지 아닌지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경기 진행 요원들이 장애물을 치우는 것을 저지하지 못했다는 것. 문제의 광고판은 움직일 수 없는 장애물이었기 때문에 한국 선수들은 광고판을 치울 필요도 없이 무벌타 드롭으로 경기를 속행할 수 있었다.

두번째는 경기 위원이 오기도 전에 한국 선수들이 광고판을 치운 뒤 샷을 해 버렸기 때문에 구제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돼 버렸다.

만약 경기 위원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면 광고판을 원 위치 시키고 무벌타 드롭으로 경기를 속행하면 됐다는 것이 로트 위원장의 설명이었다.

결론적으로 선수들은 다른 사람이 인공장애물을 치운다하더라도 골프 규칙을 알고 있다면 그 행위를 저지해야 하는 책임까지 있다는 것을 새롭게 배운 셈이다.

(선시티<남아공>연합뉴스) 최태용 기자 ct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