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아파트 청약시장이 뚜렷한 양극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분양가가 싼 아파트에는 청약자들이 대거 몰리고 있는 반면 고분양가 아파트는 수요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는 것.
이같은 양극화 현상은 지난해말 '반값 아파트' 논란 이후 분양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서서히 조짐을 보이더니 '1.11대책'에서 청약가점제를 조기 도입키로 하면서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정부가 청약가점제 도입 시기를 당초 2008년에서 올해 9월로 앞당김에 따라 무주택기간과 나이, 부양가족수 등에서 불리한 미혼이나 신혼부부, 소형 1주택보유자 등이 청약통장 사용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건설이 서울 성북구 종암동 재개발지구에 공급한 래미안종암2차(25-43평형 305가구 모집)는 17일 서울 1순위 청약에서 평균 경쟁률 26.2대1로 조기 마감됐다.

삼성건설 관계자는 "총 1천가구 이상의 대단지인데다 25평형의 분양가가 2억3천-2억7천만원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해 젊은 부부들의 청약이 많았다"면서 "주택대출이 힘들어진 것을 감안할 때 당초 예상보다 청약 열기가 훨씬 뜨거웠다"고 말했다.

'저가 분양'으로 주목받은 경기 용인 흥덕지구의 경남아너스빌 아파트도 지난 11일 1순위 청약에서 평균 82.24대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43평형 309가구와 58평형 236가구를 분양한 이 아파트의 평당 최고 분양가는 920만원선으로 인근 영통 신시가지의 동일 평형 대비 1억5천만-2억5천만원 가량 낮게 공급됐다.

반면 주상복합 등 고분양가 아파트의 인기는 빠른 속도로 시들고 있다.

국내 최고 분양가 아파트로 관심을 모았던 서초구 서초동 아트자이(54-101평형 164가구 모집)는 17일 실시된 서울, 수도권 1순위 청약에서 불과 49명이 접수해 평균 경쟁률이 0.3대1에 그쳤다.

특히 강남권 수요층이 두터운 50-60평형대가 대거 미달돼 고가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예전같지 않음을 여실히 드러냈다.

서초 아트자이의 분양가는 국내 최고가인 평당 3천387만-3천395만원이었다.

또 지난 5일 3순위 접수를 마감한 용인시 공세동 성원상떼레이크뷰도 총 345가구 모집에 128명이 청약해 37%의 저조한 청약률을 기록했으며, 주상복합아파트 SK리더스뷰남산도 3순위 마감에서 22가구가 미달됐다.

부동산컨설팅회사 유앤알의 박상언 대표는 "분양가 상한제와 더불어 청약가점제가 조기시행됨에 따라 앞으로 청약자격이 불리해지는 신혼부부 등이 저분양가 아파트에만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이에 따라 건설업체들도 분양가 상한제가 실시되는 9월 이전에 분양하는 아파트에도 턱없이 높은 분양가를 매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