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무역회사에 다니는 김미영씨(29)는 요즘 무릎 위로 올라오는 짧은 스커트 아래 '반짝이 스타킹'을 신는 날이 부쩍 늘었다.

정장 형태로 나온 미니 스커트를 입고 나선 출근길에는 쌀쌀한 바람으로부터 다리를 보호해주는 두꺼운 스타킹이 필수 아이템이지만,그렇다고 검정색 회색 등 칙칙하고 개성 없는 색상의 스타킹은 싫기 때문이다.

무역회사의 '미스 김'처럼 반짝이 스타킹을 신는 직장 여성들이 늘고 있다.

반짝거리는 '은사(銀絲)'로 무늬를 짜 넣은 반짝이 스타킹은 차가운 느낌 때문에 여름에나 잠깐 팔리는 상품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노출 열풍'이 정장 차림의 직장 여성들에게까지 옮겨 붙으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반짝이 스타킹이 초미니 정장 하의에 잘 어울리는 아이템으로 각광받으면서 매출이 지난해보다 최고 4배 급증하는 특수를 누리고 있는 것.

반짝이 스타킹 매출 '폭발'

남영L&F의 란제리 브랜드 비비안은 지난해 9월부터 1월16일 현재까지 2만6500켤레의 반짝이 스타킹을 팔아치웠다.

1년 전 같은 기간(7600켤레)에 비해 판매량이 4배 가까이 늘었다.

겨울철 주력 상품인 두꺼운 민무늬 스타킹 판매량(1만7000켤레)의 1.5배에 달하는 수치다.

요즘도 하루 평균 165켤레가 팔려 나가고 있다.

이 회사는 겨울 시즌이 마감되는 2월 말에는 총 3만3000켤레의 판매고를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공장을 완전 가동 중이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스타킹 매장의 신용카드 매출 분석 자료에 따르면,반짝이 스타킹을 구입하는 고객의 70% 이상이 20~30대 직장 여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지금까지 민무늬 스타킹을 선호했지만 올 겨울 들어 갑자기 반짝이 스타킹을 구입하는 이들이 늘었다는 게 백화점측 설명이다.

밋밋한 오피스 룩에 튀는 패션

반짝이 스타킹이 올 겨울 직장 여성 다리 패션의 주인공이 된 것은 정장 패션에까지 영역을 넓힌 미니 스커트 유행의 영향이다.

이번 가을·겨울 시즌 여성 정장 신제품의 절반 이상이 치마 끝이 무릎 위까지 올라오는 '미니 스타일'이어서 보온을 위해 스타킹을 신는 여성이 늘었다는 것.

민무늬가 아닌 반짝이 스타킹으로 수요가 몰리는 것은 작년부터 무채색 계열의 장식 없는 '미니멀리즘'이 여성 패션의 대세를 이룬 것과 무관하지 않다.

스타킹 매장에서 만난 LG전자 마케팅실 여사원 이모씨는 "가뜩이나 블랙,그레이 같은 차분한 색상이 유행인데 여기에 두꺼운 민무늬 겨울 스타킹을 신었더니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신지원 신세계 본점 스타킹 매장 매니저는 "반짝이 스타킹은 언뜻 보기엔 심플하고 단정해 직장에서도 충분히 신을 수 있다"며 "하지만 가끔씩 햇빛이나 조명을 받으면 은은한 반짝임 효과가 생겨 섹시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기 때문에 밋밋한 오피스 룩에 포인트를 주기에 딱 좋다"고 말했다.

비비안,비너스 등 백화점 입점 업체들은 각각 검정,바이올렛,모카,블루 블랙 등 기본색에 반짝이 효과가 들어간 스타킹 20여종을 길이에 따라 1만5000~3만원에 팔고 있다.

모카빛 기본색에 반짝이는 스트라이프 패턴이 들어간 스타킹이 가장 잘 팔린다고.'코코리나(www.cocorina.co.kr)' '하우즈(www.howz.co.kr)' 등 스타킹 전문 인터넷 몰에서는 수십 가지의 반짝이 스타킹을 4900~5900원에 판매하고 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