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 같지 않아서 답답하네요"

경기도 화성에서 발생한 부녀자 연쇄 실종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답보 상태인 것을 보면서 속이 까맣게 타 들어가는 것은 실종된 이들의 가족 만이 아니다.

작년 6월 실종된 전북대 수의대생 이윤희(30.여)씨의 아버지 이동세(70)씨는 17일 찬 바람이 쌩쌩 부는 추운 날씨에도 어김없이 옷깃을 여미며 전북대를 찾았다.

이씨의 승합차 외부에는 `사건 해결에 결정적 제보나 역할을 해주신 분께 사례를 약속합니다' `포상금 사례금 총 3천500만원'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과 실종된 윤희씨를 찾는 전단지가 가득 붙어있었다.

윤희씨는 작년 6월5일 집에서 1.5㎞ 가량 떨어진 전주시내 한 호프집에서 학과 교수 및 동료와 종강모임을 가진 뒤 다음날인 6일 새벽 3시께 동료 남학생(30)의 배웅을 받아 걸어서 혼자 살던 원룸으로 귀가한 뒤 종적을 감췄다.

가만히 앉아 경찰 수사 결과를 기다릴 수만은 없었던 이씨는 결국 직접 거리로 나섰다.

사건 발생 후 4개월 가량 수의대 앞에서 피켓을 들고 서 있던 이씨가 현수막과 전단지로 도배한 차를 전북대 정문 앞에 세워 놓고 지나가는 시민을 상대로 윤희씨 실종을 알리고 나선지도 어느덧 두 달.

이씨는 지난주부터 전주지검에도 차를 몰고 경찰의 허술한 수사를 비판하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 지휘를 촉구하고 있다.

사건 발생 후부터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부인과 떨어져 학교에서 10여분 떨어진 거리에 있는 윤희씨의 원룸으로 거처를 아예 옮겼다.

하지만 실종 직후 잇따르던 제보는 이미 끊긴 지 오래다.

경찰 수사도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화성에서 또 부녀자 실종 사건이 발생했다는 얘기를 듣고 정말 답답하더군요.

거기는 나이도 많다고 하던데... 갑자기 연락이 끊겼으니 가족 심정이 오죽하겠어요?"

이씨는 "경찰 초동 수사가 미흡해 범인을 잡을 수 있는 결정적 단서를 놓쳤다"며 "서래 마을 영아 유기 사건은 과학적으로 수사하던데..."라며 안타까워했다.

"차라리 시체라도 발견되면 모를까.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니 여길 떠날 수도 없고..."

이씨는 윤희씨가 어딘가에 살아있을 거라는 한줄기 희망을 버리지 못한 채 힘없이 윤희씨의 원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전주연합뉴스) 장하나 기자 hanajj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