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생상품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5일 국제결제은행(BIS)의 자료를 인용,파생상품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전 세계 유동자금의 75%를 흡수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특히 파생상품 시장의 경우 각국 중앙은행이 통제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신용 경색 같은 금융 위기가 찾아왔을 때 얼마나 큰 피해가 생길지 예측조차 오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 세계 파생상품 시장 규모는 장내 및 장외 시장을 포함해 총 453조달러. 최근 10년간 4배로 늘었다.

이는 전 세계 GDP의 8배에 달하는 규모다. 또 유동화증권의 신용위험을 다른 투자자에게 전가하는 대신 이자를 주는 CDO(부채담보부증권,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 발행 규모도 작년 한 해만 2조5000억달러로 불어나는 등 새로운 파생상품들이 속속 시장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다.

반면 유동화증권(securitised debt)은 전 세계 유동성의 13%를,현금성 자산은 11%를 차지했으며 중앙은행 보유 자금은 전체 유동자금의 1%에 불과했다.

이처럼 파생상품 시장 규모가 커진 것은 최근 수년간 지속된 저금리의 영향으로 유동성이 불어나면서 더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자금이 파생상품 시장에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기술 발전으로 복잡한 구조의 금융 상품을 쉽게 만들어 운용할 수 있게 된데다 파생상품을 활용,자산의 위험을 다른 투자자에게 효과적으로 전가시키려는 금융회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파생상품은 투자자의 선택 기회를 넓히고 금융회사에 더 많은 수수료 수입을 보장해 준다는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도 있다.

하지만 파생상품 거래로 부도 위험이 사라졌다고 판단한 대출기관이 지나치게 공격적인 투자를 해 자산가격에 거품을 만들거나 도덕적 해이를 일으키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또 파생상품이 세계 시장에서 여러 차례 거래됨에 따라 최종적으로 누가 위험을 안게 됐는지 불명확한 경우도 생기고 있다.

FT는 특히 국경을 초월한 파생상품 거래가 이뤄지면서 중앙은행의 영향력이 약화됐다고 진단했다.

일례로 영국 금융회사는 이전까지 영국 정부의 금리정책에 큰 영향을 받았지만 이제 상당수 증권을 아시아나 미국 투자자에게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자금 융통에 별 영향을 받지 않게 됐다.

영국의 리서치 회사인 인디펜던트 스트래티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더라도 유동성이 흡수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최근 미국 등의 줄기찬 금리인상에도 불구하고 장기채 금리가 올라가지 않았다"며 "중앙은행 통제가 먹혀들지 않는 거대한 금융 시스템이 이미 구축됐다"고 진단했다.

한편 FT는 과잉 유동성으로 한계기업마저 자금조달을 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미국에서 신용등급 CCC 이하 채권 비중이 2005년 말 13.5%에서 작년 16%로 높아지는 등 정크본드가 급증하고 있어 경기 하강시 심각한 신용 경색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