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가 600년 만에 찾아와 복을 준다는 '황금돼지의 해'라지만 금융감독원에는 '치욕의 해'가 될 듯하다. 새해 첫날부터 금감원의 2인자격인 김중회 부원장이 수뢰혐의로 구속됐고 이근영 전 금감원장까지 소환돼 조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검찰 발표를 보면 금감원에 신뢰를 주기는 힘들다. 금감원 관계자들은 그동안 이 전 원장은 김흥주 삼주산업(전 그레이스백화점) 회장에게 김 부원장을 소개시켜준 것은 2001년 골드상호신용금고의 상태가 부실했기 때문이라고 말해왔으나 검찰은 "당시 골드상호신용금고는 부실금융기관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검찰측의 시각이다. 금융회사들의 내용을 소상히 알고 있는 금감원은 다른 견해를 갖고 있을 수도 있다. 이쯤되면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을 금감원 관계자들의 공식적인 해명이 필요하다. 금감원이 골드상호신용금고를 부실금융기관으로 볼 수밖에 없었던 이유라든지 매각 상황에서 발생한 문제점은 무엇인지 등 이 사안에 관심을 갖고 있는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당사자인 금감원측이 분명히 밝혀줘야 한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대해 책임있게 설명할 자리인 비은행검사1국의 국장은 검찰 발표가 있은 직후부터 자리를 비웠다. 오후 2시 넘어서야 자리에 돌아왔지만 업무를 이유로 기자들의 취재 요청을 거부했다. 국장뿐이 아니었다. 일반 직원들 역시 "금융기관의 부실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지표에는 어떤 것이 있냐"는 기본적인 질문에도 "국장이 기자한테는 아무말도 하지 말라고 했는데요"라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금감원은 각종 금융기관의 업무 및 자산상황에 대하여 검사하고 위반사항이 있는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진 기관이다.

하지만 이러한 파워집단도 막상 검찰이 자신들의 허물을 들추기 시작하자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는 실망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국민들의 궁금증에 답해줄 의무가 있는 책임자는 문제가 생기자 언론을 피하고 밑에 사람들은 '나몰라라'하면서 눈치만 보는 것이 요즘 금감원의 서글픈 현실이다.

이태훈 사회부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