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원 4만2000여명의 현대차 노조가 연례행사로 치르는 악성(惡性) 파업의 그늘에는 정치판을 방불케 하는 현장 노동조직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들 조직은 정치판보다 더 심한 패권다툼과 이합집산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 노조의 현장 조직은 현자실천노동자회(실노회)와 현장활동 혁신을 위한 자주노동자회(자주회),민주노동자회(민노회),민주노동자투쟁위원회(민투위),현장투,민평회,전민투,노연투 등 모두 13개에 이른다.

이들 조직의 조직원은 모두 1160명가량이다.

현대차 노조 전임자와 임시 상근자,대의원을 합한 숫자가 600명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에게는 두 명당 한 명꼴로 이런저런 감투가 돌아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들은 노조를 생각지 않고 오로지 조직의 생존에만 관심이 있다.

노조가 매년 파업을 되풀이하는 배경에는 계파 간 선명성 경쟁이 한 몫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현대차 노조 내 각 계파들은 집행부가 회사와 맺은 협상 성과 깎아내리기를 해마다 반복하고 있다.

따라서 집행부가 파업을 하지 않고 임금협상을 타결지을 경우 반대파의 비난에 시달리는 부담을 안아야 하고,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강경 투쟁을 펼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현대차 노조는 이 같은 노조 내 계파 간 알력 때문에 2001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이 조합원 찬반투표에서 부결되기도 했다.

2003년에는 일부 강성 노조원들이 집행부의 근골격계 처리방식이 회사를 감싸는 처사라고 반발,근로복지공단에 들어가 시너를 뿌리고 농성하는 등 강경투쟁을 벌여 노사협상을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노사상생의 새로운 노동운동을 표방하고 있는 현대차 신노동연합 서중석 대표는 "현재 노조 파업 등의 투쟁이 집행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며 노동운동이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에 따라 현장조합원을 중심으로 노동운동이 1987년 직후의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창하고 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