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소에서 23년째 근무 중인 생산직 여사원이 대형 선박의 이름을 짓는 명명식(命名式)의 주인공인 '스폰서(Sponsor)'로 나서 화제가 되고 있다.

주인공은 현대중공업에서 선박 의장작업을 담당하는 황순옥씨(57·의장1부).황씨는 8일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올해 처음으로 열린 프랑스 CMA-CGM사의 5100TEU급 컨테이너선 명명식에 남편과 함께 참석,'푸른 고래'란 뜻인 'CMA CGM 블루훼일(Blue Whale)'호 라고 명명했다.

황씨는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를 얻게 돼 무척 기쁘고 조선소에서 근무해 온 게 자랑스럽다"며 감격했다.


황씨는 1984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줄곧 전기장치 설치와 선체 클리닝 등 의장작업을 담당하고 있다.

남편 이효승씨(60)도 같은 회사에 다니다 정년 퇴임했다.

선박의 스폰서는 보통 선주(船主)의 부인이나 딸,선주사 고위 관계자의 부인 등이 맡아온 게 관례였다.

그러나 이날 CMA-CGM사의 선주는 우수한 품질의 선박을 만들어 준 현장 직원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새해를 맞아 현장 직원들의 사기와 의욕을 북돋워주고자 특별히 황씨를 스폰서로 초대했다.

현대중공업에서는 1996년과 97년,2003년에 한 번씩 모두 3명의 생산직 여사원이 명명식 스폰서로 나선 바 있다.

최근에는 김성호 노조위원장 부인이 스폰서로 나서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날 명명한 선박은 길이 294m,폭 32m,높이 21m 규모로 명명식 직후 선주 측에 인도됐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